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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아직은 조심스런 접근

`방빼` `배째` 11일 개봉할 영화 `싱글즈`에서 사랑은 오직 하나라고 믿으면서 자기를 버린 여자에게 헌신하는 정준(이범수)이 그와 섹스리스 동거를 하는 동미(엄정화)가 집으로 끌어들인 섹스파트너의 반찬투정을 못마땅해하면서 서로에게 째려보면서 보여지는 대사다. 이 영화는 동미가 다른데 방을 구해 살다가 전세금을 빼먹고 오갈데가 없어진뒤 고향에서 함께 자란 친구 정준의 집에 얹혀 살면서 벌어지는 연애관들이 단짝친구 나난(정진영)과 함께 경쾌하게 그려지고 있다. 이 같은 `혼전동거`가 표현형식이 자유로운 영화에서 꾸준히 보여줘왔던것과 달리 TV드라마에서도 인기리에 방영돼 사회적인 현상으로 부각되고 있다. 영화에서 대표작들은 `깊고 푸른 밤`(84)에서부터 `그대안의 블루`(92), `그리움엔 이유가 없다`(94), `계약커플`(95), `와니와 준하`(2001), `결혼은 미친짓이다`(2001), `맛있는 섹스, 그리고 그리고 사랑`(2003)등으로 시대별 정서를 반영하고 당시 문화를 비춰주고 있다. TV의 대표적인 경우는 MBC의 `옥탑방 고양이`, SBS의 일일극`연인`과 주말극`스크린`이다. 같은 시기에 젊은 20대 동거문화를 그린 드라마가 세편씩 편성됐다는 것도 충격적이지만 그 시청률 또한 일부는 톱을 달리고 있다. 내용들이 한국사회에선 선뜻 공개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내 `혼전동거`에 대한 어두운 고정관념을 수면위로 끄집어냈다는 긍정적인면과 막연한 환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부정적면도 함께 염려된다. 지난달 KBS `100인 토론`에서는 혼전동거에 대한 격렬한 토론(찬성 43%, 반대 57%)을 벌여 사회적인 관심을 더욱 증폭시켰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와 가부장제 가족제도하에서 동거는 계속 늘어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무작정 동거에 대한 환상을 갖는 것은 위험하다. 혹시 주변에 동거를 시도하려는 자가 있는가? 여자라면 `말린다`아니면 `몰래하라`고 충고하고 싶다. 여기는 프랑스도 미국도 아닌 한국이기때문이다. 많은 남자들이 자기 여자가 수년동안 아니 짧게 몇 달이라도 딴놈과 동거를 했다는 걸 안다면 과연 태평양처럼 넓은 이해심을 발휘하며 평생을 같이할 수 있지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내 여자만은…`이란 이중적사고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여자들이여 꼬투리 잡힐 일은 하지 말지어다. <박연우(문화부 차장) yw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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