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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올린 참여정부] 미래사업 발굴 산업틀 다시 짜자
입력2003-02-24 00:00:00
수정
2003.02.24 00:00:00
최형욱 기자
"외환 위기는 대기업들에게 기존의 경영 틀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자성을 일깨웠다. 새 정부 출범도 마찬가지다. 이제 생존을 위해서라도 미래사업 발굴 등 산업의 틀을 다시 짜는 데 적극 나설 수밖에 없다"(A기업 구조조정조정본부 관계자)
`재벌 개혁`을 강조하는 노무현 정부 출범으로 재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그동안 한국경제의 발전을 지탱해왔던 기업집단형 산업발전 모델이 설 자리를 잃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연구개발(R&D) 강화, 수익성 위주 경영, 상시 구조조정 등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들의 변신 노력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새 성장 모델 발굴을 위해 글로벌 경쟁 격화 등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산업 클러스터(집적단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복득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산업 클러스터는 기업집단의 효율성과 벤처의 창조성을 살리는 동시에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규모와 혁신 능력을 갖출 수 있는 발전 모델"이라고 말했다.
◇R&D 강화한다= 삼성ㆍLGㆍSK 등 주요 대기업들은 올해 불투명한 경기전망에도 불구하고 미래사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설비투자의 경우 대부분의 기업이 새 정부의 입맛에 맞게 대폭 확대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예정대로 집행할 지는 미지수"라면서도 "R&D 투자에는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R&D 투자가 차별화된 제품 개발 및 글로벌 핵심 경쟁력 확보에 필수 요소라는 인식 때문이다. 삼성의 경우 내년에 올해보다 35% 증가한 8조8,000억원의 시설투자와 16% 늘어난 4조3,000억원의 R&D비용을 책정, 총 13조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세웠다.
LG는 내년에 디지털 디스플레이, 생명과학 등 미래 승부사업을 중심으로 R&D에2조6,000억원, 시설확충에 4조8,000억원 등 총 7조4,0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SK는 내년 시설투자를 4조원으로 올해보다 5% 늘리고 R&D도 정보통신, 정밀화학신소재분야에 6,000억원을 투자해 올해보다 20% 늘리기로 했다.
포스코도 내년에 영업이익 목표를 올해보다 15% 늘어난 2조955억원, 연간 투자액은 1조6,303억원으로 각각 책정했다.
◇상시 구조조정 정착= 일찌감치 주력 사업부문을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을 펼친 두산과 한화, 한솔 등은 외환위기 당시 극심한 어려움을 겪던 다른 기업들로부터 부러움을 샀다. 특히 한화와 두산그룹은 자발적 구조조정을 통해 비축한 현금을 토대로 이후 대한생명과 두산중공업(옛 한국중공업)을 인수,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이 같은 `학습 효과`에 따라 대기업들은 앞으로도 상시적 구조조정시스템 정착에 힘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업 재무구조를 개선시켜 해당기업의 경쟁력이 제고됨은 물론이고 거래 금융기관의 건전성도 높아져 국가 금융시스템 안정까지 도모할 수 있는 `윈-윈` 전략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내실 다지기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의 재벌 정책에 대한 불안감에다 세계 경제의 회복 지연 등에 따라 `어려워질 때를 대비해 힘을 비축해 놔야 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삼성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평균 부채비율을 65%에서 올해 56% 수준으로 더 낮추기로 했다. SK도 비용절감, 생산성 증대 등을 통한 운영효율개선을 핵심 경영과제로 추진하기로 했다.
◇산업클러스터가 뜬다= 재계는 또 동북아 허브 및 산업 클러스터 개발 등 새정부의 중장기 발전 계획에도 동참할 계획이다. 특히 인천ㆍ부산ㆍ광양 등 지방 3대권역을 물류ㆍ산업ㆍ금융 3개 분야가 결합된 `복합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방안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의 실리콘 밸리, 스웨덴의 시스타 등 북미 강소국의 정보기술(IT) 클러스터, 일본 애지현(愛知懸)의 자동차 클러스터 등처럼 대기업ㆍ중소기업ㆍ대학 등이 모여 세계적인 첨단 제품 및 기술을 개발할 경우 국가 산업 발전은 물론 외자 유치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
복 연구원은 "지역별로 특성에 맞는 클러스터를 만들겠다는 의도는 긍정적"이라며 "다만 정부가 대기업ㆍ연구기관 등이 자발적으로 모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물류ㆍ금융ㆍ교육ㆍ노동 등의 인프라도 선진국 수준으로 갖춰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형욱 기자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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