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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인의 자질
입력2002-12-03 00:00:00
수정
2002.12.03 00:00:00
일본의 어떤 외국계 기업 경영자가 전하는 말이다. 미국과 일본의 기업인들을 상대로 '21세기 리더에 필요한 자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조사를 해봤더니 전혀 다른 대답이 나오더라는 것이었다.
일본의 경영인들은 리더의 자질로 지도력을 첫번째로 꼽았다(54.1%). 다음으로 결단력 52%, 인격과 사람됨됨이 41.2%, 선견성(先見性) 34.3%의 순서였다.
집단의식이 강하고 조직생활에 비교적 익숙한 일본 사람들로서는 지도력과 결단력이 무엇보다 중요했을 듯하다.
특히 근래엔 일본 사회에 지도력이 부재(不在)하다고 개탄하는 소리마저 자주 들린다. 역설적으로 말해서 일본에서는 지도력 없이도 리더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이에 비해 미국의 경영인들은 윤리관을 첫째로 지목했다(63.4%). 다음은 뒤 잘 봐주는 것 38.5%, 깊은 신앙심 35.5%, 선견성 34.5% 등이다.
잇따라 터져 나온 미국 기업들의 부정회계 사건으로 윤리성이 더 부각되는지도 모른다. 일본에서 강조하는 지도력에 대해서는 별 관심들이 없다.
리더라면 지도력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이라는 관점이다. 지도력이 없는 리더가 있을 수 없다는 말이다.
만일 한국의 경영인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한다면 어떤 대답을 얻을 수 있을까. 실제로 질문을 안 해 봤기 때문에 알 수는 없으나 선뜻 무엇이라고 대답하기가 어려울 것만 같다.
한국의 기업인은 오너총수와 전문경영인으로 나누어야 한다. 대기업의 오너총수는 대부분 2세, 3세, 4세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아버지 할아버지를 잘 둔 사람들이다. 지도력 같은 게 없어도 리더가 될 수 있다. 전문경영인은 거의 오너총수들이 채용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겐 충직성이 우선이다. 한때 구속용 대표이사, 연대보증용 사장, 머슴, 술상무, 골치 아픈 문제의 해결사 등의 말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런 전문경영인들에게 '일본의 지도력', '미국의 윤리관'을 따질 형편이 못 된다.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이들에게는 '조폭적 충성'이 더 강요되는 현실이 아닐까.
연말의 인사철을 맞아 대기업 임원인사는 오너총수에 의한 황제식 관행으로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리더의 자질은 오너총수와 전문경영인의 경우가 그 기준이 다를 수밖에 없다.
최근 LG경제연구원은 'CEO들의 서바이벌게임' 보고서를 통해 국내 100대 기업 CEO의 평균재임기간이 올해 2.4년으로 더 짧아졌다고 밝혔다. 미국은 6.4년, 일본은 4.6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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