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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정신 실종 머니게임장 전락

■ 코스닥 창업주 액소더스CB.BW등 금융기법도입 개인 치부만 급급 벤처정신이 사라진 코스닥시장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밭'이다. 벤처 열풍으로 그럴듯하게 '덫칠'한 기업들이 하나둘 한계에 봉착하면서 지금 코스닥시장에는 머니게임과 그동안 모아둔 돈을 까먹는 캐시버닝(cash burning)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껍질만 남은 회사들은 주인이 바뀔 때마다 '화장'을 새롭게 하지만 여전히 속은 텅 비어 있다. 더군다나 일부 대주주들은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해외투자, 자회사 지원 등 온갖 금융기법을 동원해 개인 호주머니를 채우는 데만 급급하다. 이 때문에 코스닥시장에서는 유망한 기업까지 함께 '불량기업'으로 매도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 대주주와 함께 사라지는 벤처정신 코스닥시장의 거품이 빠지면서 벤처정신도 점차 생기를 잃어가고 있다. 대주주가 연구개발에 투자해야 할 회사자금을 유용하는가 하면 아예 챙겨 달아나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11일 외자유치설이 나돈 뒤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하다 부도로 투자자들을 우롱한 테크원(옛 화승강업)은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회사 돈을 횡령하고 유상증자로 마련한 운영자금 50억원 등을 챙겨 도망갔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7월에는 화의절차를 진행하던 누보텍(옛 대붕전선)의 고모 사장이 경영정상화를 위해 주주들이 모은 유상증자대금 19억원을 갖고 사라졌다. 당시 누보텍의 최대주주인 SMH의 대표도 고 사장과 함께 사라져 의혹을 증폭시켰다. 신규 등록기업의 대주주도 예외는 아니다. 2월 코스닥에 진출한 소프트윈은 등록된 지 반년도 채 안돼 새 주인을 맞았다. 기존 대주주들이 지분 20%를 한국선물정보에 양도하면서 경영권은 물론 지분의 보호예수의무까지 넘긴 것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소프트윈이 등록 전에 이미 경영권 양도에 합의한 뒤 코스닥에 입성했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1월 등록된 동우 역시 지난달 한 사모M&A펀드(트윈스신클레어M&A사모펀드)에 경영권과 지분을 넘겼다. ◆ 회사와 소액투자자는 피해 보고, 대주주는 거액 챙기고 대주주가 온갖 편법과 불법을 통해 회사자금을 챙겨가고 있는 반면 회사는 막대한 손실을 입는 경우도 허다하다. 대표적인 경우가 다이넥스(옛 보양산업)다. 이 회사의 대주주인 고모씨는 자신이 경영하고 있는 장외기업 나우I&S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235억원의 평가손을 입혔다. 설립된 지 2년 밖에 안된 나우I&S의 지분 69.95%를 주당 10만원에 매입했기 때문이다. 나우I&S는 지난해 29억원의 매출에 1억7,000만원의 이익을 낸 회사로 자본금 14억원에 총자산은 51억원에 불과하다. 다이넥스는 6월 264억원어치의 CB를 발행, 나우I&S 지분을 자본금의 20배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인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다이넥스는 나우I&S의 지분 70%와 264억원의 빚을 떠안은 반면 나우I&S의 주주는 264억원을 챙기게 됐다. 나우I&S의 고 대표와 특수관계인인 I&B골드문컨설팅은 3월 다이넥스 지분 60%(32만주)를 83억원에 인수한 지 보름도 안된 시점에 지분을 매각, 5억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남기기도 했다. 이처럼 회사사정에 밝은 대주주들이 부도나 경영상태가 악화되기 전에 지분을 처분하거나 아예 기업을 통째로 다른 사람에게 넘긴 후 발생하는 피해는 고스란히 소액투자자들의 몫이다. 이러한 사례는 기업의 주인이 바뀔 때마다 빈번하게 일어난다. 기업인수 후 개발(A&D)이나 신규사업 진출 등 그럴싸한 포장에 현혹된 투자자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있는 셈이다. ◆ 기업투명성, 과감한 퇴출만이 해법 코스닥시장이 머니게임의 장으로 전락하기까지 금융감독원과 증권업협회 등 감독기관은 규정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말만 되뇌고 있다. 일부 대주주와 세력이 법망을 교묘히 피하며 각종 편법을 동원하는 동안 감독당국은 현실성 없는 법규정만 들먹이며 뒷짐을 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코스닥위원회가 퇴출방안을 마련하고 공청회를 갖기로 하는 등 대책수립에 나섰지만 이미 해먹을 사람은 다 해먹고 튄 뒤다. 특히 이 같은 퇴출방안이 코스닥시장을 머니게임의 장에서 건전한 투자의 장으로 탈바꿈시킬 만한 효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증권전문가들은 퇴출강화와 함께 시장과 기업의 투명성을 보장하는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류해필 SK증권 상무는 "퇴출방안이 일시에 강화될 경우 피해는 투자자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퇴출예고제 등을 마련하는 동시에 기업의 투명성을 보장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스닥기업에도 신용등급을 매기도록 하는 등의 투명성 제고방안을 마련하고 적자를 거듭하면서도 등록기업이라는 간판을 내세워 머니게임에만 치중하는 기업은 과감히 퇴출시켜야 한다는 게 시장참여자들의 요구다. 김성수기자 우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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