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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경제 본격회복 “글쎄요”
입력2003-04-17 00:00:00
수정
2003.04.17 00:00:00
윤혜경 기자
전후 미국의 일부 경제 지표들에 회복 조짐이 일면서 `봄`이 가까운 것이 아니냐는 낙관론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지표 호전이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신중론도 반대 급부로 부상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 이라크전이 예상외로 빠른 시일내에 마무리 됐지만 기업과 개인 모두 본격적인 소비에 나설 기미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최근까지만 해도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같은 낙관론자들은 이라크전 종결 이후 지정학적 위기가 해소되면서 기업의 신규 투자가 활발해지고 개인 지출이 늘어나는 등 미국 경제가 본격적인 성장 모멘텀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FT는 이 같은 낙관론은 아직 시기상조라며 특히 그 어느 때보다 현금을 많이 확보해놓은 기업들이 신규 투자를 꺼리며 팔짱만 끼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주요 근거로 들었다.
모건 스탠리의 이코노미스트 리처드 버너에 따르면 현재 미국 기업들의 가용현금 보유규모는 1960년대 중반 이후 최고 수준. 그러나 전세계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적으로 대두면서 `현금이 왕`이라는 인식이 기업 최고경영자(CEO)들 사이에 팽배해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미 증시 거품 붕괴와 기업 회계 스캔들을 거치면서 CEO들이 리스크를 피하려는 경향이 커진 것도 한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와 관련, 현재 미국의 공장 가동률은 지난 1983년 5월 이후 최저수준이다.
개인 소비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다. 전쟁 이후 소비 심리가 상승세를 보이고 실제로 최근 1~2주간 월마트 매출이 늘어나 미 경제 성장의 핵심 원동력인 개인들이 본격적으로 돈을 풀기 시작하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도 높지만 이는 아직 속단하기 이르다는 지적이다.
거시적으로 볼 때 미국의 개인 소비자들은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현금을 쓰기보다는 저축하려는 경향이 높아지는 추세다. 미국의 호황기무렵인 지난 99년 미국 개인들의 저축률은 가용 수입대비 2%에 불과했지만 현재 그 비중은 4%를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미국인들의 저축률, 즉 현금 보유율은 점점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풋남 인베스트먼트의 이코노미스트 딘 매키는 “사상최저수준의 모기지 금리를 고려하면 (값싸게 돈을 빌릴수 있기 때문에) 저축률이 떨어지는 것이 정상이지만 반대로 오르고 있다”며 “앞으로도 당분간은 계속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인들의 소비가 늘어난다 해도 이는 미국 내수 제품보다는 값싼 수입제품에 대한 수요가 대부분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미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힘쓰고 있는 것이 맞기는 한데 그 대상이 중국 경제라는 게 문제”라는 농담이 오갈 정도다.
FT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경기부양대책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신문은 미국의 소비자들은 `파블로프의 개`가 아니라며 이들이 감세를 통해 돈을 돌려받을 경우 즉각적으로 돈을 풀게 될지의 여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윤혜경기자 ligh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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