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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강국으로 가는 길

누구나 목표를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다 중도에 포기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내딛였다면 목표치에 근접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 또한 떨쳐내지 못한 채 말이다. 올 한해를 나타내는 달력도 이제 한 장 밖에 남지 않았다. 올 해 뜻을 세운 일들이 계획대로 진행됐는지 중도에 포기해 유야무야 됐는지는 물론 각각의 사안에 따라 다를 것이다. 2003년은 물류업계에 40여 년간 몸담았던 필자에게 있어 희로애락을 동시에 느끼게 했던 한 해로 기억된다. 올 초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발표한 동북아 물류 중심지 건설이라는 비전은 물류업계 전반에 새 바람을 불어넣었다. 그간 규모적인 측면과 중요도에 비해 물류산업은 세간의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동북아 물류 중심지로의 도약을 차세대 비전으로 내건 정부차원의 공약은 물류업계에 감흥을 불어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후 불어닥친 두 차례의 화물연대 파업과 경기침체의 장기화, 정계와 재계에서 흘러나오는 끊임없는 잡음 등 당장 해결해야 할 현안들에 쫓겨 이 같은 지상과제는 점차 기억에서 멀어져 갔다. 십 수년 전부터 되풀이됐던 이같은 악순환은 올해도 예년과 같은 흐름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역시`라는 탄식만 낳게 했다. 향후 대한민국 브랜드를 새롭게 드높일 수 있는 `물류강국 대한민국`이라는 대명제는 손에 잡힐 듯한 신기루처럼 눈앞에 아른거리기만 해 물류인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동북아 물류중심지 건설은 이제 끝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 또한 심심찮게 들려온다. 하지만 동북아 허브국가로의 도약은 단기간 내에 결정되는 사안이 아니다. 창조주는 한반도를 황금이 솟아나는 비옥한 땅 대신 삼남을 바다로 둘러 쌓이게 하고 부산항을 유라시아로 연결되는 남쪽의 첫 관문으로 선택했다. 중국, 일본, 홍콩 등 동북아 물류중심국을 꿈꾸는 경쟁국들이 부러워 할만한 물류의 복도처럼 천혜의 지리적 요건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내부적인 소용돌이에 휘말려 힘 한번 쓰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올 한해를 돌이켜보면 우리의 가장 큰 적은 경쟁국들이 아닌 바로 우리 내부에 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42.195km의 마라톤에는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고 한다. 출발을 알리는 총성을 기다리며 느끼는 초조함과 스타트 라인을 출발했을 때의 힘찬 첫 걸음,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고통을 참고 극한에 도전하는 도전정신을 이에 비유하는 것이다. 마라톤은 끝이 보이지 않는 고독한 레이스를 펼쳐야 하는 경기다. 단거리 경주와는 달리 초반 한번의 실수는 후반에서 충분히 만회할 수 있기에 그만큼 너그러운 경기라 하겠다. 마지막 승자의 머리 위에 올려진 월계관의 의미는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넘어졌어도 다시 일어나 피니시 라인을 가장 먼저 통과한 자에게만 내리는 것이란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대한통운 또한 우리나라의 최대 물류업체로 회사의 시급한 현안인 리비아 공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해 법정관리 탈피는 물론 동북아 허브 건설에 일조할 것이다. `IT강국`으로 위상을 높인 우리나라가 `물류강국`이라는 또 하나의 명함을 내건다면 고부가가치의 양대산맥 안에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된다. 동북아 중심지라는 국민적 마인드가 한반도에 스며든다면 우리의 미래는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이나 다름없다. `동북아 허브 건설`이라는 성화대에 온 국민이 염원하는 불씨를 지펴 올릴 그날을 기대해 본다. <곽영욱 대한통운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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