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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피임, 옛날엔 어떻게 했을까
입력1999-08-15 00:00:00
수정
1999.08.15 00:00:00
박상영 기자
피임에 관한 의학적 기록으로 가장 오래된 것은 기원전 1850년 이집트의 파피루스에서 발견된 내용이다. 그곳에는 악어의 배설물과 꿀로 만든 약재를 여성의 질 내부에 넣었다는 기록이 있다.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출산에 대해 과학적으로 연구한 몇 안되는 인물. 그는 「동물지」라는 저서를 통해 정액이 질안으로 들어가면 자궁부위에 시다(서양삼) 기름과 납성분이 있는 연고, 유향과 올리브유를 혼합해 바르도록 권하고 있는데 클레오파트라도 이같은 방법으로 피임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마제국 전성기에는 석류껍질을 갈아 포도주와 생강, 익지 않은 오배자(일명 붉나무)와 섞어 작은 공처럼 빚은 후 말려 두었다가 관계를 갖기전 질속에 삽입했다. 이슬람에서는 석류씨·양파즙 등을 자궁에 넣기도 했다.
1세기 무렵 그리스의 의사 산 디오 스코리드스는 「의학용 재료집」이라는 저서에서 성관계를 가진 후 후춧가루를 좌약으로 삽입하면 임신을 막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스·로마시대에는 대장간에서 쇠를 식힐 때 사용하는 구릿빛 냉각수가 피임에 특효가 있다는 소문이 돌아 대장간 앞에는 여인네들이 장사진을 이루었다는 기록도 있다. 이러한 속설은 유럽에 널리 알려져 1886년에 보고된 자료에도 오스트리아 여성들이 생리가 끝날 때마다 대장간의 물을 마셨다는 내용이 있다.
히포크라테스는 야생당근의 씨앗을 먹으면 박하를 달여 마시는 것과 마찬가지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1986년에 실시된 한 실험에서는 야생당근에 프로게스테론의 생성을 억제하는 물질이 들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고대인들의 피임법이 오늘날까지 효력을 발휘하는 곳도 있다. 미국 북동부 애팔래치아산맥의 여성들은 성관계를 맺은 뒤 야생당근을 갈아 먹는다. 인도의 라자스탄지방 여성들 역시 이 방법을 아직도 이용하고 있다.
성관계후 팔짝팔짝 뛴다든지 재채기를 하거나 몸을 흔드는 것으로 임신을 피해 보려는 시도도 있었다. 육체적인 운동에 의한 피임법을 최초로 개발한 사람은 히포크라테스. 의학적 타당성과는 거리감이 있지만 그는 발 뒷꿈치가 엉덩이에 닿도록 뛰어 정자를 배출하면 임신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9세기 이슬람의 의사 라지는 남자가 사정을 하면 여성은 재빨리 일어나 재채기를 여러번 하고 콧방귀를 뀌면서 큰 소리로 소리를 지른 다음 뒤로 아홉걸음쯤 뛰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육체를 움직여 임신을 피해보려는 방법은 19세기 미국에서도 발견된다. 1866년 미국의 한 의사는 기침과 재채기를 하는 것으로도 피임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펄쩍펄쩍 뛴다든지 춤을 추면 임신을 막는데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희대의 바람둥이로 알려진 카사노바는 바람기 만큼이나 다양한 피임법을 사용했다. 그는 죽을 때까지 단 한명의 여자에게도 임신을 시키지 않았는데 카사노바는 레몬을 반으로 잘라 과즙을 짜낸 다음 반구형의 껍질을 질속에 넣어 자궁입구를 막았다. 오늘날 페미돔의 원조격인 셈이다.
주술적인 방법으로 임신을 막아 보려는 시도도 심심찮게 행해졌다. 로마의 역사학자 플리니우스는 「박물지」라는 책에서 거미의 몸속에서 뽑아낸 작은 선충 2마리를 노루가죽에 싸서 해뜨기 전에 몸에 몸에 지니고 다니면 피임이 된다고 소개했다.
피임에 효과가 있다는 부적도 여러가지가 있다. 고양이의 간장을 관에 넣어서 왼발에 달아매는 방법. 대리석 조각을 항문곁에 달고 다니는 방법도 있었는가 하면 어린아이의 치아를 부적으로 쓰기도 했다. 8세기 인도 여성들은 특정 식물의 뿌리를 허리에 감았다.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주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믿음도 있었다. 로마인들은 여성의 생리혈을 몸에 바르면 효과적이라고 믿었으며 중세의 유럽 여성들은 개구리 입속에 침을 세번 뱉으면 임신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여자가 늑대의 엉덩이에 소변을 보면 절대로 임신하는 일이 없다는 기상천외한 속설까지 있었다.
박상영기자SA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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