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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흐름 왜곡 갈수록 심각/한계기업 잇단 부도… 자금시장은 안정
입력1997-06-02 00:00:00
수정
1997.06.02 00:00:00
손동영 기자
◎은행 대출기피… 여유자금 채권 등에 운용/회사채·콜 등 실세금리 연11%대로 급락지난달 30일 자금난을 견디지 못한 한신공영이 전격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뉴코아그룹이 계열사를 대거 정리한다는 자구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다음날에도 자금시장은 이에 아랑곳없이 안정세를 보였다.
이는 자금흐름의 왜곡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요즘 거래 기업들의 잇단 부도에 혼이 났기 때문인지 대출을 극도로 기피하는 대신 남아도는 자금을 채권시장과 단기자금시장에서 집중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자연히 회사채수익률이나 콜금리 등 시장금리가 연 11%대로 급락하고 있다.
은행권의 이같은 자금운용행태는 금전신탁부문에서 뚜렷하다. 지난 5월중 은행권 금전신탁은 2조4천2백37억원이나 늘었지만 신탁대출은 불과 2천2백20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난 4월중 금전신탁 증가액이 8천9백13억원인데 비해 신탁대출이 2천4백20억원 늘어난 상황과 대비된다. 수신이 두배 이상 늘어났는데도 대출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것.
은행계정에서도 상황은 비슷해 대출기피현상이 그만큼 심해졌음을 알 수 있다.
이같은 양상은 종금사들도 마찬가지다. 5월중 27일까지 수신이 1조9천9백억원 가량 늘어난 데 비해 여신에 해당하는 어음할인잔액은 4천8백13억원이나 줄어들었다.
1·2금융권의 여유자금은 지금 부실우려가 거의 없는 채권과 초단기대출인 콜로 몰리고 있다. 특히 지난 5월중 은행권의 채권 매도액은 3천7백억원에 그친 반면 매수액은 1조2천3백19억원에 달해 순매입액만 8천6백19억원을 기록했다. 보험사와 종금사의 채권투자도 각각 7백72억원, 6백22억원 늘었다.
단기자금 시장에도 은행돈의 공급이 크게 늘고 있다. 지난달 마지막주 국내 은행권이 콜시장에 공급한 자금은 은행계정 2천4백59억원, 신탁계정 1조1천6백65억원에 달한 반면 콜시장에서 끌어 쓴 자금은 은행계정의 7천8백41억원에 불과했다. 공급초과액이 6천2백83억원에 달한 셈이다. 이에 따라 전체 콜거래규모도 지난 5월 마지막주 동안 일평균 6조7천억원에 달했다. 그 전주 하루평균 거래액보다 4천6백억원이나 늘어난 수준이다.
이처럼 콜시장에 자금공급이 늘어나면서 지난 4월말까지만 해도 연14.16%에 달했던 콜금리는 지난달 31일 연 11.70% 수준에 머물렀다.
은행권 자금이 채권시장과 단기자금시장으로 몰리며 실세금리가 하향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
한계기업들의 잇단 부도에도 불구, 자금시장이 여전히 호황을 누리는 동안 기업들은 자금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법정관리신청을 내고 31일 부도를 낸 한신공영은 지난 5월중 단 한푼의 은행대출도 받지 못했다. 지금도 수많은 한계기업들은 자금시장의 풍부한 여유자금을 끌어다 쓸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손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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