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78·사진) 전 한국은행 총재는 "오늘날 한국 경제는 나라는 부유한데 국민은 가난한 국부빈민(國富貧民)의 시대로 가고 있다"면서 "경제구조 혁신을 통해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구조가 고착화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박근혜 정부가 추구하는 복지는 선진국형인데 우리의 담세율은 20% 채 안 된다. 이런 담세율로는 복지국가 실현이나 소득재분배 정책을 할 수 없다"면서 "증세 문제만 나오면 국민적 저항이 큰데 이제 정부도 증세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솔직하게 국민들을 설득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전 총재는 "한국 경제는 그동안 수출과 투자가 주도하는 고도성장으로 대표되는 신흥공업국형 모델에서 소비가 이끄는 저성장 선진국형으로 바뀌는 체질 변화기에 놓여 있다"면서 "하지만 우리 가계는 선진국과 비교해 여전히 가난하고 침체돼 있어 이 같은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 성장의 과실이 가계소득으로 환류되지 않는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과거에는 기업이 돈을 벌면 국내 투자가 늘고 가계에도 고스란히 환류돼 기업소득증가율과 가계소득증가율이 함께 증가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대기업이 주도하는 경제성장의 과실이 국내 투자와 가계 소득으로 제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두고 경제는 성장하는데 국민은 갈수록 가난해지는 '국부빈민의 시대'로 규정했다.
그는 해결책으로 지금이라도 정부가 재정을 통한 소득재분배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로 투자되지 않는 대기업의 소득에 대해 법인세율을 인상하거나 고소득층에 대한 과세 강화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기업들이 국내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투쟁적 노사관계를 지양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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