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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베이션 코리아 2014] 1부. 혁신 없는 4만달러는 신기루 <3> 구호에 그친 과학기술강국

정권따라 춤추는 科技정책… 그림만 그리고 액션플랜이 없다

MB정부서 추진하던 '녹색성장·기술' 흐지부지

행정조직도 과기부→지경부→미래부로 수술 반복

정권 바뀌어도 주요 정책분야 이공계 홀대 여전



정권 말기인 지난 2002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시 과학기술부에 '과학기술 기본계획'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IMF 사태 이후 새로운 성장동력을 기술혁신에서 찾기 위한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 과학과 관련된 5개년계획이 범부처 차원에서 최상위 계획으로 수립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정부는 "이 계획이 과학기술 혁신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12년이 지난 지금 과학기술 분야에서 경제 전반을 뒤흔든 혁신이 일어났다는 흔적은 찾기 어렵다. 추격형 경제에서 창조형 경제로 발돋움하자는 구호 역시 그대로다.

전문가들은 정권의 입맛에 따라 과학기술 정책이 춤추면서 혁신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과학기술 환경은 숨 가쁘게 변하는데 정부 정책은 정권의 입맛에 따라 시녀 역할을 할 뿐 핵심을 짚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권 어젠다 따라 움직이는 과학기술 정책=역대 정부가 수립한 과학기술 기본계획은 대체로 정권이 제시하는 정치적 의제나 국정 패러다임을 따르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가 과학기술을 어떻게 혁신시켜나갈지에 대한 본질적 고민을 하기보다 정치적 변화에 더 예민하게 반응해온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와 지구환경 변화 등 흐름에 맞춰 녹색성장 및 녹색기술 연구개발(R&D)을 강화했으나 현재는 정부 조직의 끝자락(녹색성장위원회)에 이름만 남긴 정도다. 박근혜 정부는 상상력과 창의력을 기반으로 한 경제성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조차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 조직 역시 정부의 입맛에 따라 요동쳤다. 과학기술 중심사회를 패러다임으로 내건 노무현 정부의 경우 당시 과학기술부를 부총리급으로 격상하고 과학기술혁신본부를 신설해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사무국 역할을 하도록 했다. 하지만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과학기술부는 교육인적자원부와 통합되고 일부 업무는 당시 지식경제부로 이관됐다. 박근혜 정부는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해 지경부의 일부 업무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일부를 흡수했으며 교육부는 다시 분리됐다.



정부의 슬로건에 따라 행정체계 수술을 반복하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이 같은 정보·과학·기술·교육부처의 이합집산은 4년 뒤에 재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몸담았던 한 퇴직관료는 "정부 조직이 한번 개편될 때마다 극심한 줄서기와 혼란이 반복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기술혁신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릴 수는 있겠지만 이를 실행하는 단계까지는 엄두를 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홍성주 박사는 "해외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와 양극화 등을 해결하는 핵심 요인으로 기술혁신을 추진했던 경우가 많다"며 "과학기술 혁신이 곧 사회경제 혁신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권 바뀌어도 이공계 홀대는 여전=정부 조직에서 이공계 출신이 사실상 배제되며 일명 '책상머리' 행정이 거듭되는 것도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전자공학을 전공한 대통령이 처음 등장하고 정보통신기술(ICT)을 주축으로 한 창조경제를 내세운 정부지만 정작 주요 직위에서 이공계는 배제됐다.

우리나라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행정부처 고위공무원의 다수는 법학이나 경제 전공자다. 50대 중앙행정기관의 3급 이상 공무원 1,244명 가운데 10.4%인 129명만이 이공계 출신이다. 2010년의 13.7%보다 줄었다. 이공계 정책을 포함해 R&D 예산을 편성하는 기획재정부는 물론 개인정보 유출사태로 책임론에 휘말린 방송통신위원회·개인정보보호위원회·금융위원회·국무조정실 등 17개 부처에는 이공계 출신 고위공직자가 없었다. 장관급 역시 미래부 장관과 환경부 장관, 원자력위원장만이 이공계 출신이다.

경제부처 내에 있는 이공계 관련 업무는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은 금융위에 속하지만 원장은 대부분 금융업무를 맡았던 고위공무원이 퇴직 전 잠시 가는 자리로 인식돼 있다. 금융보안연구원 역시 첫 원장을 제외하곤 금융회사 감독업무를 주로 맡은 금융감독원 출신 임원이 가는 자리로 통용된다. FIU 창설에 참여했던 문송천 KAIST 교수는 "정부 고위관료들 가운데 전문가가 없으니 내용을 설명해도 알아듣지 못한다"면서 "학계나 업계에 전문가들이 많지만 구분할 줄 모르고 자문 받을 생각도 못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청와대는 물론 여야 정당에 벤처기업인 전직 과학기술부 장관이나 학자 등이 활동하고 있지만 대부분 적극적인 정치활동에 참여한 소수에 그친다. 국회의원의 경우 화제성을 고려해 스타 벤처기업인 여성 이공계 학자 등을 비례대표로 뽑지만 재선되지 못하고 새로운 인물로 교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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