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출구전략 논란의 파장이 이머징 마켓 펀드까지 미쳐 최근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있다. PB센터 등에는 특히 연초 이후 꾸준한 성과를 낸 동남아 주식형 펀드에서 손을 떼야 할지를 묻는 투자자들이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지역이 역내 경제통합 가속화 등을 감안할 때 장기적으로 견조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12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글로벌신흥국주식ㆍ남미신흥국주식ㆍ동남아주식ㆍ러시아주식 등에 투자하는 이머징 마켓 주식형 펀드(249개) 중 2개를 제외한 모든 펀드의 1주일 수익률이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1개월 수익률도 9개 펀드를 제외하고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다.
특히 연초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오던 동남아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최근 1개월 사이 1개 펀드를 제외하고 모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IBK베트남플러스아시아A[주식]의 1개월 수익률이 11.85% 보인 것을 제외하고 산은인도네시아코어셀렉트자[주식]A가 -7.12%, JP모간아세안자(주식)A가 -7.00%를 기록하는 등 대부분 펀드의 수익률이 악화됐다. 연초 이후 16.45%의 수익을 낸 KB아세안 자(주식)A도 한 달 동안 -4.66%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연초 이후 20.66%를 보이며 승승장구했던 삼성아세안자 2[주식](A) 역시 -4.59%의 수익률을 보이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출구전략의 불똥이 대외부채가 상대적으로 높고 성장률이 부진한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와 터키ㆍ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 1차적으로 옮겨붙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2009년과 2010년 양적완화 당시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으로 흘러간 자금이 출구전략으로 인해 빠져나가면 아무래도 채권시장과 주식시장 모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다만 이달 18~1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양적완화 정책 축소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나오거나 출구전략 로드맵이 구체적으로 제시된다면 부정적인 영향이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PB센터를 통해 이머징 마켓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문의도 늘고 있다. 양재진 미래에셋증권 WM파이낸스센터 부장은 "아세안 주식형 펀드에 투자한 사람들이 펀드에서 빠져 나와야 하는지를 묻는 경우가 많다"면서 "문의하는 고객에게 미국 경기가 살아난다는 조짐이 크게 보여야 양적완화 축소가 이뤄지기 때문에 경기지표가 급격하게 개선되지 않는 이상 당분간의 조정기간을 기다리라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동남아시아 지역의 경우 장기적으로 본다면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판단된다. 오 연구원은 "이번 출구전략 논란과 관련해 시장이 펀더멘털과 상관없이 돈을 빼간다는 것 자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면서 "금융위기 때처럼 이머징 마켓에서 자금을 빼간다고 해도 현재 신흥국가들의 외환보유액이 그 당시보다 20% 이상 더 쌓여 있어 아시아 외환위기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욱 현대증권 리서치팀장도 "아세안 지역은 역내 경제통합 가속화로 생산성 향상과 선진국 의존도가 감소될 것으로 기대되고 저렴한 인건비를 통해 노동집약적인 제조업 유치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며 "최근 아세안 주식이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머징 마켓 전체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보이고 있고 앞으로도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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