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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지는 한국병
입력1999-12-19 00:00:00
수정
1999.12.19 00:00:00
무디스의 평가에 섭섭한 점이 없지는 않지만 스스로 보아도 한국의 현실은 제대로 가고 있는 것 같지 않다. 한국은 지금 불확실성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정치권의 혼탁은 새삼 말할 필요가 없다.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를 둘러싼 노사정의 갈등은 정면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코스닥시장의 투기로 사회는 한탕주의의 열병을 앓고 있다. 각종 정치사회적 대형악재들이 잇달아 터지면서 사회기강도 크게 흐트러지고 있다.한마디로 경제위기 극복정신은 온데간데 없다. 제몫찾기와 집단이기주의가 대신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경제가 살아난다고 하니 이제 보상을 받아야겠다는 심리가 팽배해 있다. 노조의 겨울투쟁은 그 전주곡이다. 내년 봄부터는 임금인상 요구가 봇물처럼 터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급격한 환율하락과 함께 한국경제의 국제경쟁력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이다.
증시와 코스닥시장의 활성화가 경제회복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주식과 코스닥 열풍의 부작용과 폐해는 심상치 않다. 벼락부자가 된 극소수 투자자와 대다수 국민간의 위화감은 근로의욕을 떨어뜨리고 사회기강마저 흔들고 있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상당수 국민들을 더욱 제몫찾기로 내몰지 않을까 우려된다.
너도나도 제몫찾기에 나서면 우리는 과거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것은 한국병의 재발을 의미한다. 정부·기업·소비자 등 모든 경제주체가 제 역할을 제대로 못하면서 경제력을 탕진하는 이기주의에 빠지는 것이 바로 한국병이다.
우리는 겨우 외환위기를 벗어나고 있는 중이다. 경제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려면 기나긴 구조조정과 새로운 성장활력 회복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그럼에도 벌써 한국병이 다시 도지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국가신용등급만 해도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려면 아직 멀었다.
환란은 고비용 저효율의 한국병이 곪아터진 것이다. 한국병이 도진다면 우리는 만성적인 경제위기 국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IMF 사태 이후 온국민이 합심단결해 세계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큼 과감한 개혁을 추진해왔다. 여기서 멈추어서는 안된다.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뿌리뽑아야 한다.
정부부터 외환위기 극복과 경제회복에 대해 자화자찬에 빠져서는 안된다. 정부가 장밋빛 청사진과 선심공약을 남발하면 국민들의 요구는 더 거세질 수밖에 없다. 대기업과 금융기관도 구조조정이 연말로 끝난다며 방심해서는 안된다. 세계시장에서 통하는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글로벌 스탠더드의 제도와 관행이 정착돼야 한다. 국민들도 과도한 자기이익 찾기를 자제해야 한다. 이미 서민층과 중산층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생산적 복지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한꺼번에 과도한 것을 요구하면 경제는 멍들게 돼 있다.
노사와 각종 이익집단간의 이해마찰은 대화와 타협에 의해 민주주의 방식으로 해결돼야 한다. 정치가 하루 빨리 이해조정 기능을 회복하고 정치개혁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세기말적인 한국병을 털어내고 선진화의 틀로 새 천년을 맞을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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