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무브(money moveㆍ시중 자금이동) 전조일까, 일시적 계절 현상일까.'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지속돼오던 은행권 자금 유입이 최근 반전됐다. 시중자금이 은행권을 떠나는 데 비해 채권형 펀드 등에는 돈이 흘러 들고 있다. 이를 놓고 은행에 잠시 머물던 대기성 자금이 금리하락 조짐에 따라 이탈하기 시작했다는 의견과 단순한 일시적 조정국면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5일 서울경제신문이 집계한 국민ㆍ우리ㆍ신한ㆍ하나ㆍ기업은행 등 5대 주요 은행의 지난 5월 말 총수신 잔액은 전월 대비 0.03%(2,241억원) 줄어든 737조3,743억원을 기록하며 올 들어 처음으로 감소세를 나타냈다. 특히 단기성 예금의 수신액 감소가 두드러졌다. 언제든지 넣고 뺄 수 있는 수시입출금식예금(MMDA) 잔액은 같은 기간 5대 은행에서 3조6,845억원 줄어든 55조2,261억원을 기록했다. 하나금융연구소의 최신 분석에서도 국내 은행권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달 30일 현재 9,420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만기 3개월 이내의 단기 상품 위주인 양도성예금증서(CD) 잔액도 같은 기간 은행권 전체에서 1조3,607억원 줄었다. 은행권의 총수신 감소 추세를 놓고 지난달 종합소득세 납부와 기업ㆍ가계의 결제성 자금 인출 등 계절적 요인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의 자금담당자는 "일부 대기성 자금이 빠져나갔을지는 모르지만 정기예금만 보면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며 "저축은행 고객들이 경영부실사태에 위기감을 느껴 시중은행으로 돈을 예치하는 등의 요인 때문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달 5대 은행의 정기예금은 총수신 감소세 속에서도 5조5,176억원 늘어난 358조6,368억원(월말 기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말 5대 은행의 총 수신이 2.16%(14조8,659억원)나 증가하며 700조원선을 돌파(704조9,228억원)했던 점을 감안하면 일시적인 계절적 요인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금융통화당국이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하는 등 시중금리가 게걸음을 하자 투자자금이 보다 높은 수익률을 찾아 투신권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분석에서도 4월 3조2,311억원 하락했던 투신권의 수신액은 5월 들어 30일까지 6조944억원 증가로 돌아서면서 총 잔액 302조9,595억원을 나타냈다. 연구소는 "대외 불확실성 지속과 경제지표 부진 등으로 6월 기준금리 동결과 향후 시중금리 상승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채권형 펀드로의 자금유입이 지속되고 있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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