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해외펀드는 전성시대를 구가했다. 정부가 환율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해외 주식 매매차익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기로 하자 해외펀드로 뭉칫돈이 몰렸고 수익률도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특히 중국펀드, 브릭스 펀드는 그 선봉에 서서 해외펀드 붐을 주도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던 해외펀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해외증시가 고꾸라지면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특히 2010년부터 비과세 혜택마저 사라지면서 해외펀드 열기는 급속히 수그러 들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08년 전체 54조원에 달했던 해외주식형펀드 설정액은 현재 28조원으로 반토막이 난 상태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해외펀드에 대한 비과세를 부활시키면서 이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8월8일 발표된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정부는 서민ㆍ중산층의 재산 형성을 위해 이자ㆍ배당 소득이 비과세되는 '재산형성(재형)저축'을 신설했는데 재형저축에 해외펀드도 포함시킨 것이다.
이에 따라 그 동안은 해외 펀드에 투자했을 경우 수익의 15.4%에 대한 세금을 물어야 했지만 총 급여 5,000만원 이하 근로자, 종합 소득금액 3,500만원 이하 사업자가 내년 1월1일부터 2015년 말까지 새로 신설된 재형저축에 가입해 10년 이상 투자할 경우 비과세혜택을 받을 수 있다. 납입한도는 연 1,200만원, 월 100만원까지며 최장 15년까지 이자 ㆍ 배당소득은 물론 환차익에 대해서도 비과세된다. 예를 들어 연 평균 4% 수익을 올린 해외펀드에 월 100만원씩 10년간 납입했을 경우 이전에는 세금을 제외하고 1억 4,346만8,597만원만 수령했지만 이제는 이보다 427만원이 더 많은 1억 4,774만637억원을 받는 것이다.
김현전 한국투자신탁운용 최고마케팅경영자(CMO) 전무는 "세제혜택 대상 펀드가 줄어들든 상황에서 해외펀드 비과세 부활이 재산 형성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10년 이상 장기 투자를 염두에 두고 투자 해당국의 환율 변동을 꼼꼼히 체크한다면 좋은 투자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환 한국투자증권 상품마케팅부 부장도 "기존에 투자했던 해외펀드를 내년부터 신설된 재형저축으로 옮기면 실질적으로 해외펀드에 대한 비과세 효과를 계속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펀드에 대한 손실상계 기간이 올해 말에서 내년 말까지 1년 연장된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정부는 지난 2010년 해외펀드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종료하면서 처음으로 손실상계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해외펀드가 수익률을 회복하지 못하자 당초 올해 말 종료 예정이었던 손실상계 기간을 내년 말로 1년 더 연장했다. 원금을 손해 본 투자자들은 만회를 위해 1년의 시간을 더 번 셈이다.
실제로 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해외펀드의 환매 규모는 축소되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손실폭이 컸던 중국펀드의 연초 이후 7월까지 월 평균 순유출 액은 1,426억원이었지만 8월에는 1,231억원으로 줄었다. 일본펀드도 46억원에서 18억원으로 감소했다.
일부에서는 손실상계 기간 연장 혜택에 지나치게 기대를 갖지 말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상계기간 연장이 분명 호재이기는 하나 글로벌 증시 불안으로 1년 안에 원금을 회복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기회비용을 따져봤을 때 새로 신설되는 재형저축으로 옮기거나 다른 펀드로 갈아타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환율 전망 어려워… 무리한 환차익 노림은 위험 ■ 투자전략 한동훈기자 hooni@s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