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박스권 장세가 길어지며 투자자들이 전략 수립에 애를 먹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대척점에 있던 투자 전략을 혼합한 이른바 '하이브리드 투자 아이디어'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경기민감주 VS 경기방어주' '배당주 VS 성장주' 같은 전통적 구분보다는 경기민감주이면서 방어 성격을 보유하고 있고 양호한 성장 흐름을 보이면서 꾸준히 배당을 시행하는 기업처럼 창과 방패를 모두 지닌 종목이 투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27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3.66포인트(0.70%) 오른 1,977.97포인트로 마감하며 이틀째 강세를 보였다. 미국의 경기지표 개선과 중국과 유럽의 경기부양책 기대감에 외국인이 순매수를 기록하며 낙폭과대주를 중심으로 강한 반등이 나타났다. 코스피가 1,970포인트를 넘어선 것은 지난 7일 이후 3주 만이다.
시장은 미국과 중국·유럽 등 'G3모멘텀'으로 국내 경기민감주들이 다시 어깨를 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경기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못 올랐던 대형주의 반등이 이어질 것"이라며 "그동안 낙폭이 컸던 경기민감주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시장은 '경기민감주의 반격'을 기대하지만 투자자들의 머리는 여전히 복잡하다. 민감주에 올라타자니 기업이익이 뚝뚝 떨어지는 상황이 불안하고 그렇다고 방어주라는 배에 남아 있자니 상승 파도에 편승하지 못한 채 물속으로 가라앉을 수 있다는 걱정도 있기 때문이다.
KDB대우증권은 이런 '애매한 상황'에서 안전한 투자처로 '섀도 디펜시브(Shadow Defensive)' 주식을 꼽았다.
안전성장주 또는 숨어 있는 방어주로 해석되는 섀도 디펜시브주는 경기민감주이면서 방어적 성향도 갖고 있기 때문에 기업 이익이 둔화되지만 경기가 턴어라운드하는 국면에서 안전한 주가 상승을 기대해볼 만하다.
KDB대우증권에 따르면 시가총액 3,000억원 이상인 경기민감주 중 2009~2013년까지 5년간 순이익 추세선이 우상향하고 추세선과의 일치도가 높은 종목을 추려 올해 기대수익률을 산정한 결과 현대글로비스(086280)와 현대위아·하이록코리아(013030)·리노공업(058470)·현대차(005380)·기아차(000270)·삼성전자(005930)·한샘(009240)·CJ오쇼핑(035760) 등이 꼽혔다. 쉽게 말해 이들 종목은 지난 5년간 순이익 변동폭이 크지 않은 상태에서 상승하는 추세를 그려 이익 안정성이 높았고 올해 기대되는 주가 상승률도 높다는 얘기다.
'배당 성장주'라는 투자 아이디어도 등장했다. 현대증권은 시가총액 2,000억원 이상인 중대형 성장주 중 잉여현금흐름이 양호하며 부채 수준이 낮고 꾸준히 배당을 실시해오고 있는 기업에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지난해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였거나 올해 악화된 기업, 향후 배당 확대 여력에 한계가 올 수 있는 현재의 고배당 기업은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또 향후 3년 주당순이익 성장률 전망이 높은 종목을 포함시켜 앞으로의 성장성도 고려했다. 그 결과 LG생활건강(051900)·에스에프에이·동원산업(006040)·S&T모티브·고려아연·쎌바이오텍·자화전자·아모레퍼시픽·LG화학 등이 배당 성장주의 요건을 충족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오온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기업의 이익 추정치가 낮아지는 시점에서 배당이라는 매력을 겸비한 성장주는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들 종목은 장기적으로 배당을 늘려감으로써 배당 효과를 얻는 것은 물론 주주가치 제고로 주가 역시 재평가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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