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경영을 실질적으로 총괄하고 있는 농협중앙회 전무와 3개 개별사업 부문 대표, 상무 13명이 일괄적으로 사의를 표명하면서 사퇴 배경과 후임 인선, 향후 농협 개혁에 미치는 영향 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농협중앙회 핵심간부들의 사퇴는 정부가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사업구조 개편(신용ㆍ경제 분리)에 대한 조합장 등 농협 내부의 반발과 관련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현 농협 경영진이 정부에 끌려다니면서 농협개혁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농협의 입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선 조합장 등 농협 내부에서는 정부의 오는 2011년 신용ㆍ경제 동시분리안이 정부안대로 추진될 경우 경제 부문이 피해를 보게 되는 등 농협이 약화된다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 일괄 사의 파문 속 유일한 사표 수리 이정복 농협중앙회 전무이사는 지난 11일 사표를 제출했고 이틀 뒤 이사회에서 수리됐다. 전무는 비상임인 중앙회장을 대신해 실질적으로 경영을 총괄하는 자리다. 농협 측은 건강 악화에 경영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했다고 설명했지만 사업구조 개편 등 농협 개혁과 관련해 농협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하지 못했기 때문에 조합장 등의 압박에 따른 문책성 사임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일선 조합장들은 신경분리 과정에서 농협이 정부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이 전무 등 농협 경영진을 비난해왔다. ◇ 강성 인물 나올까 이 전무는 오는 26일 퇴임하고 후임은 27일로 예정된 대의원대회에서 결정된다. 조직 내부에서 올라가야 하는 특성상 내부 목소리를 강하게 반영할 수 있는 인물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농협개혁안 최종 처리에 앞서 농협의 뜻을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인 셈이다. 특히 법안의 최종 처리는 국회에서 이뤄지는 만큼 이 전무의 후임자는 자신들의 입장을 강력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반면 다른 간부들의 경우 사표 수리는 일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농협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사업구조 개편안에 대한 농민단체 반발이 심해 책임을 통감하고 사표를 냈으며 분위기 일신 차원에서 새롭게 잘해보자는 뜻도 있다"면서 "업무 공백 등을 감안하면 실무 임원들을 한번에 교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농협 신경분리 어떻게 농림수산식품부는 17일까지 농협중앙회의 사업구조 개편 방안이 담긴 농업협동조합중앙회법 개정안 입법예고를 마치고 법제처에 제출할 최종안을 조율하고 있다. 농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주말까지 최종 검토 후 다음주 초에 법안을 법제처로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법안이 법제처로 이송되면 차관회의ㆍ국무회의 등을 거쳐 12월 초에 국회에 제출된다. 정부의 입법예고안에 대해 농협중앙회ㆍ농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개편 시기, 부족 자본금, 명칭 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12일 열렸던 농협법 개정 공청회 자리에서도 전국 각지의 조합장들이 몰려와 정부안에 반박했다. 정부는 2011년까지 농협의 신경분리를 완료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농협중앙회는 2012년 신용사업을 분리한 뒤 경제사업은 2015년까지 분리하는 안을 고집하고 있다. 또 명칭 변경에 대해서도 정부는 연합회로 개명을, 농협중앙회는 현 명칭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회에서 다시 논의가 이뤄지게 되는 만큼 정부가 기존안을 고수한 채 국회로 관련법을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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