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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국내외에서 잇따라 과잉 유동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금리인상을 더 늦추면 인플레이션과 자산 버블을 일으켜 위기를 다시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의 성장률 상향조정에 이어 경기후행지표인 고용이 조금씩 살아나고 자금시장의 단기 부동화도 갈수록 깊어져 '선제적 인상'이냐 경기회복이 완벽하게 가시화한 후 올리는 '확인형 인상'이냐를 놓고 논란이 본격화하고 있다. 14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내놓은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위기 이후 풀린 글로벌 유동성이 다시 축소될 때 갑작스러운 위기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여전하다"며 "(특히) 유동성 확대조치가 인플레이션과 자산 가격 버블을 만들고 있다"고 공식 경고했다. 노무라증권도 지난 12일 보고서에서 "한국경제의 상황이 1980년대 후반 일본의 버블 형성기와 닮았다"고 밝힌 데 이어 이날에는 "금리인상을 더 늦췄다가 인플레이션에 의해 더블딥(이중침체)이 올 수 있다"고 우려의 톤을 높였다. 한 국내 민간연구소 소장도 "건설 등 일부에서 문제가 있지만 경제주체들에게 금융긴축에 대비하는 긴장감을 주기 위해서라도 0.25%포인트 정도의 인상은 조기에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경기지표에서도 인상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신호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시중자금의 단기화 비율은 2월 19.0%로 2년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후행지표인 고용 역시 희망 섞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이날 나온 통계청의 3월 고용동향을 보면 실업률이 4% 초반대로 떨어지고 취업자도 27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국내외에서 비상벨이 울리고 있지만 한은의 입장은 완고하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이날 국회에서 "금리인상은 늦어도 문제지만 일러도 문제인 만큼 시기를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민간 부문 중 건설과 고용이 여전히 부진하다"고 말했다. 자신이 금리인상의 전제조건으로 밝힌 '민간의 자생력 회복' 가운데 핵심 부분이 성숙되지 않은 만큼 선제대응을 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그는 "위기를 완전히 극복했는지, 더블딥 가능성은 없는지도 점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금리인상이 오히려 더블딥을 불러올 수 있다는 뜻으로 노무라와는 상반된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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