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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한류 현장을 다녀와서…. 한류 이대로는 5년 못 간다."
민주통합당 소속 민병두 19대 국회의원 당선자가 지난 2005년 1월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의원일기'의 한 대목이다. 당시 17대 국회의원이던 그는 캄보디아ㆍ베트남ㆍ타이완 등을 6박7일간 다녀온 뒤 아시아 지역에서 한류가 붐을 탔지만 이미 열기가 식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한류와 관련해 우리나라가 과거 일본처럼 한탕주의식 마케팅을 펼치고 있고 스타를 활용한 프로모션 전략이 부족하다는 게 그의 지적이었다. 당시 국내 문화계에서도 민 당선자와 같은 분석을 내놓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았다.
7년여가 지난 지금 아시아 시장에서 한류는 민 의원이 과거 지적했던 한계를 넘어 역동적으로 약진하고 있다. 16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개막한 '서울포럼 2012'에 장관급 인사를 참석시킨 캄보디아만 해도 우리나라 아이돌 스타나 '뽀로로'와 같은 만화캐릭터 상품이 현지에서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 아울러 단순히 한국의 문화나 상품을 추종하는 단계를 떠나 우리나라의 경제정책을 배우고 증권거래시스템까지 수입해가는 등 캄보디아는 그야말로 한국 사랑 열풍에 빠져 있다.
이 같은 상황은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들에서 두루 펼쳐지고 있다. 특히 베트남은 동남아 한류 확산의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현지에 우리나라 드라마가 처음 소개된 1997년부터 베트남은 한국 사랑에 빠져들고 있다.
특히 1998년 드라마 '의가형제'가 현지인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으면서 당시 주인공이던 배우 장동건은 현지에서 한류의 얼굴로 떠오르기도 했다. 베트남 내 외국 수입 방송물량에서 한국의 콘텐츠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2003년 30%선이던 것이 2009년에는 70%선에 달할 정도다. 이는 2009년을 기준으로 보면 연간 1,800여편에 달한다는 게 학계의 분석이다.
싱가포르에서는 한국 영화가 한류 바람의 계기를 만들었다. 2001년 영화 '쉬리'가 현지에서 개봉돼 싱가포르인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고 문화계 전문가들은 전했다. 이어서 우리나라 드라마와 대중음악 등이 잇따라 현지에 수입되면서 세계의 물류 허브 싱가포르가 한류 핵심거점으로 성장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태국 등에서도 문화 한류 열풍은 거세다.
이런 가운데 우리 기업들의 아시아 진출이 확대되면서 문화 한류와 경제 한류가 접목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고무적인 것은 과거 삼성ㆍLG전자ㆍ현대차의 주력 상품(자동차ㆍ휴대폰ㆍ가전제품 등)에 편중됐던 경제 한류 열풍이 화장품ㆍ식료품ㆍ의류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LG생활건강의 베트남 마케팅은 이 같은 경제 한류와 문화 한류가 시너지를 낸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LG생활건강은 우리나라 드라마 '모델'이 베트남에서 인기를 끌었다는 점에 착안해 주연배우 김남주씨를 광고 모델로 활용했는데 이 같은 마케팅 전략에 힘입어 이 회사의 '드봉' 브랜드 제품이 현지 화장품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는 랑콤 등 세계적 브랜드를 한류 바람을 타고 꺾었다는 점에서 상당한 관심을 끌었다. 이 같은 성공은 경영실적으로 바로 확인됐는데 이 회사의 베트남 현지 합작법인인 LG비나의 연간 매출은 2006년 1,510만달러에서 2010년 2,305만달러로 뛰어올랐다.
경제전문가들은 전세계 경제가 유럽발 재정위기로 휘청이는 요즘 한류에 힘입은 동남아 시장 공략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동남아 주요국들은 1997년 외환위기의 상처를 회복한 후 최근까지 높은 경제성장을 지속하고 있다"며 "특히 인도네시아와 같이 인구와 천연자원이 풍부한 국가들은 세계적 경기침체 속에서도 안정적인 내수시장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한류가 동남아 지역에서 더욱 뿌리 깊게 안착하려면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한류 콘텐츠가 과거보다 다변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그 분야와 상품 구성이 제한적이며 한류 상품에 대해 일괄적이고 장기적인 브랜드 이미지가 아직은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신현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한류의 성패 여부는 결국 얼마나 질적으로 풍부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느냐에 달렸다"며 "현재의 해외의 한류 수요는 그동안의 콘텐츠만으로는 끌어모을 수 있는 최대 수준에 육박했기 때문에 앞으로 보다 다양한 콘텐츠 개발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한류의 대중적 수요를 크게 늘리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아일랜드처럼 작은 나라에서도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 예술인들이 탄생하는 것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동남아에 수출 일변도의 일방향적 한류 바람은 과거 일본, 서방 선진국 등에 식민통치를 받아야 했던 현지인들의 반외세감정을 촉발할 여지가 여전하다고 문화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류를 마케팅과 접목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작위적으로 상품화하려는 경향도 경계해야 한다는 게 문화계 관계자들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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