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을 비롯한 철광석, 구리, 대두 등 원자재 가격이 내년에 올해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철광석과 금은 15% 이상 급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선진국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리기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이에 전문가들은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인한 제품 원가 절감으로 수출기업들의 수익 개선이 기대되는 만큼 대형 수출주에 관심을 가질 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그룹은 원자재 전망 보고서를 내고 주요 원자재 가격이 내년에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가장 낙폭이 클 것으로 지목된 원자재는 철광석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원자재 가격의 하락은 철광석에서 가장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며 "이는 공급 물량의 상승에서 기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2·4분기부터 공급 과잉이 본격화하면서 철광석의 톤당 가격이 올해 평균 135달러에서 내년에는 108달러로 20%나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두 가격은 부셸당 12달러대에서 내년 말 9.50달러로, 구리 가격은 내년에는 6,200달러까지 각각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구리는 11월 말 현재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톤당 6,900달러를 웃도는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세계 최대 생산지인 미국에서의 풍작으로 현재 부셸당 4.2달러선까지 떨어진 옥수수 값은 내년에 3.75달러로 한층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브렌트유 역시 배럴당 107달러에서 내년 말께 105달러로 하락할 것으로 보지만 다른 원자재에 비하면 예상 하락폭은 완만한 편이다.
금 값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골드만삭스는 현재 온스당 1,200달러 대를 지키고 있는 금값은 내년 최소 15% 이상 내린 1,050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10년 초 이후 최저 수준이다.
금값은 올해도 26%나 하락했다. 일부 시장전문가들은 금값이 자산매입 축소 전망을 완전히 반영하지 못했다면서 양적완화 축소를 시작했을 때 금 가격은 추가 하락에 취약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내 증권사 중에서는 금 가격이 현재 수준의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곳도 있다.
SK증권 이원재 연구원은 2014년 원자재 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금가격은 현수준인 온스당 1,200 달러선에서 등락이 예상된다"며 "금은 미국의 경기지표 호전과 주식시장 상승에 따른 안전자산으로서의 매력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헷지 기대감도 크게 가지기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현재보다 더 상승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터 티안피리야 호주뉴질랜드은행(ANZ) 원자재 연구원은 "세계 최대 보석류 시장인 중국의 수요가 탄탄하다"며 "금값이 내년 말에 현재보다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주식 시장전문가들도 내년 미국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이더라도 일부 원자재의 공급 과잉과 신흥시장의 성장둔화, 미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달러화가치 상승 등으로 원자재 가격은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회복은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릴 만한 동력이 되기는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대규모 인프라 투자로 연결되는 신흥국 경기호조와 달리 자동차와 주택을 중심으로 하는 미국의 내수회복은 원자재 시장을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라며 "미국 정부의 양적완화 축소로 달러화가치가 강세로 돌아서면서 원자재 가격 하락을 한층 부추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대형 수출주 비중을 확대할 것을 조언했다. 원자재 가격이 안정화되면 국내 대형 수출주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원자재 가격의 안정화는 제품 원가 하락으로 이어져 수출 기업들의 수익성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 이사는 "원자재 가격이 떨어질 경우 수출주 들이 수혜를 받을 수 있는데 이 중에서도 확실한 표적시장을 갖고 있는 종목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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