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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하겠습니다. 이 말밖에 더 있겠습니까?"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은 21일 한진칼 주주총회장에서 만난 기자에게 이 같은 소감을 전하며 한진칼 대표이사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한진칼은 이날 서울 남대문로 한진 사옥에서 제1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장남인 조 부사장을 각자 대표로 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했다. 조 부사장이 한진그룹 내에서 대표이사를 맡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주총을 기점으로 한진그룹의 본격적인 3세 경영이 시작된 셈이다.
한진을 비롯한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21일 주주총회를 열고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이날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코넥스 시장 등에 상장된 662개 기업이 일제히 주총을 연 '슈퍼주총데이'였다.
이날 주총에서 한진을 비롯해 효성 등은 오너 3세가 새롭게 사내이사 및 대표이사로 등장하며 3세 시대를 열었다. 반면 SK·CJ·한화 등의 주총에서는 재판 중이거나 실형을 받은 기존 2세 오너들이 계열사 등기이사직에서 줄줄이 물러났다.
효성은 조석래 회장의 3남인 조현상 산업자재PG장(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며 3세 경영에 가속도를 붙였다. 효성은 이날 서울 마포구 본사 빌딩에서 열린 주총에서 조 회장과 장남 조현준 사장, 이상운 대표이사 부회장을 사내이사에 재선임하고 조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당초 사내이사 재선임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예상됐지만 특별한 반대 없이 25분 만에 안건이 모두 통과됐다.
세아그룹도 오너 3세의 이사선임안을 처리했다. 세아그룹의 지주회사인 세아홀딩스는 이날 고(故) 이운형 세아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태성 세아홀딩스 상무를 등기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이 상무는 세아홀딩스 전략기획본부장과 세아베스틸 기획본부장을 겸임하고 있다. 그는 세아홀딩스의 최대주주기도 하다.
이와 별개로 한화는 이날 주총에서 신기술 도입 등 필요한 경우 기존 주주에게도 제3자 배정을 통해 신주 인수를 허용하도록 정관을 변경했다. 이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반영한 조치지만 일부에서는 오너 일가가 신주를 인수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이 조항이 2~3세에게 경영을 넘겨주는 장치가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한화 등 국내 30대 대기업 그룹의 35개 상장사가 올해 주총에서 이 조항을 반영할 계획이다.
반면 최근 실형을 선고 받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이날 주총을 통해 계열사 등기이사직에서 모두 물러났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모든 계열사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았다. 또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CJ E&M과 CJ오쇼핑, CJ CGV 등 3개 계열사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김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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