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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어지는 금리인하 시그널] 고조되는 경제 불확실성… 코너 몰린 초이노믹스

경기부양책 잇따라 쏟아내지만 경제법안 통과 국회에 발목 잡혀

엔저 고착화 등 대외변수도 압박

'3.7% 성장' 돌파구 찾기 쉽잖을 듯

/=연합뉴스

"정부가 경기를 살리기 위해 쓸 수 있는 카드는 재정 완화를 통한 조세 감면과 금융지원입니다. 하지만 재정여건이 녹록지 않기 때문에 결국 남은 것은 제도개혁 외에는 없는데 국회가 공전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에 고민이 정말 큽니다."(기획재정부 핵심관계자)

최경환 경제팀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7월 취임 이후 재정 확대, 통화 완화, 경제개혁이라는 3개의 화살을 쏘았지만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이 일부 꿈틀거린 것을 제외하고 실물지표가 좀처럼 살아나고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계의 분위기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고 소비자물가는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치인 2.5~3.5%를 크게 밑도는 1% 중반대에 머물러 있다. 정부는 어떻게든 남은 3개월 동안 경기회복의 불씨를 살려 4·4분기에 1% 이상 성장하는 등 올해 목표치인 '3.7%'의 경제성장률을 지켜내겠다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경기부양책의 약발이 나타나려면 국회에 계류된 경제활성화 법안들의 통과가 필요한데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여기에다 점차 확대되고 있는 엔저 기조와 이달 말로 예고된 미국발 양적완화 종료 등 대외여건에 대한 불확실성이 점차 커지고 있어 새 경제팀을 점차 코너로 밀어붙이고 있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새 경제팀이 경제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 각종 정책을 동시다발적으로 쏟아내고 있지만 국회가 멈춰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돌파구를 마련해 경기회복의 불씨를 마련해야 하는데 여건이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올해 목표치인 3.7% 성장률을 달성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2·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5%에 불과했던 것이 단적인 증거다. 이는 2012년 3·4분기(0.4%) 이후 7분기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최근 8월 주택매매거래량이 7만5,973건으로 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부의 효과'에 따른 소비심리는 소폭 개선되고 있고 수출도 증가세지만 문제는 산업심리가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는 데 있다. 특히 8월 설비투자의 경우 무려 10.6% 쪼그라들어 2003년 1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더 큰 악재는 대외변수다. 미국이 이달 중 양적완화를 종료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 아직 내수회복이 미진한 한국 역시 금리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 기초체력이 탄탄해진 만큼 자본 유출 우려는 작아졌지만 곳간을 열어 경기를 띄우려고 했던 초이노믹스의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거시국제연구실장은 "경상수지 흑자가 막대하고 외환보유액도 많기 때문에 외환위기 때와 같은 급격한 자금 유출은 발생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양적완화 종료 이후 글로벌 금리가 오르면 우리나라도 금리 인상 기조로 바뀔 수 있다"며 "만일 그럴 경우에도 지금과 같이 내수가 부진하고 경기회복이 안 되면 문제"라고 경고했다.

엔저 문제도 점차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내년에 원·엔 환율이 평균 950원으로 떨어질 경우 한국 총수출이 4.2% 감소하고 900원까지 떨어질 경우 8.8% 급감할 것으로 분석했다. 일 본기업이 달러 표시 수출품목의 가격 인하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일본과 경합도가 큰 자동차·전기전자·철강 등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이들 업종이 모두 우리나라 주력산업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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