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12일 ‘미 테이퍼링 이후 신흥국의 경제동향과 우리 수출 영향’ 보고서를 통해 미국 출구전략의 영향이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경제 기초가 튼튼한 신흥국에 미미한 영향을 주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미국의 경제지표 개선과 함께 나타나는 덕이다.
다만 단기외채, 경상수지, 외환보유고 등의 측면에서 취약한 일부 ‘고위험국’은 금융시장의 충격이 우려됐다. 보고서는 인도, 인도네시아, 남아공, 터키,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헝가리, 폴란드, 칠레 등을 고위험국으로 지목했다. 이들 국가의 금융시장 불안은 산업생산·투자 부진 등 실물경제로 전이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신흥국의 취약점인 정치적 불확실성, 높은 중국 시장 의존도 등이 더해질 경우 이들의 경제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확산돼 세계 경제 전체로 파급될 가능성도 우려된다.
신흥국 경제가 위축될 경우 우리나라의 일부 수출 품목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8개 고위험국에 수출한 품목 중 비중이 높은 품목은 영상기기(20.1%), 철강판(17.6%), 합성수지(14.3%), 자동차부품(13.7%) 등이었다. 우리나라가 지난해 신흥시장 30개국에 수출한 규모는 전년 대비 5.8% 증가했지만, 고위험국 7곳(지난해 FTA가 발효된 터키 제외)만 떼어놓고 보면 수출 증가율이 4.7% 감소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신흥 시장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신규시장 개척, FTA 활용도 제고, 금융지원 확대 등의 수출 증진 방안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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