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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열 명당 일곱 명(73.5%)은 술을 마시고 다섯 명(46.8%)는 담배를 피운다.
각각 보건복지부의 2007년(음주), 통계청의 2011년(흡연) 조사결과다. 여성의 경우 열 명당 네 명(41.5%)이 술을 마시고 한 명(6.5%)은 담배를 핀다. 그나마 흡연율은 감소 추세에 있다.
반면 음주 소비는 주종 간 수요가 엇갈릴 뿐 전반적으로는 좀처럼 하락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0년 약 250만㎘였던 국내 주류 출고량(실수량 기준)은 지난해 304만여㎘까지 증가했다. 술 잘 먹고 담배 피는 것을 '사회생활 잘하는 사람'으로 치부해온 한국적 관행이 초래한 결과다.
정부와 여당이 술과 담배에 대해 세금과 준조세 등을 인상하려는 것은 가격을 올려 유해한 기호품의 소비를 줄여보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정부는 이미 담배가격을 물가에 연동시키겠다고 밝혔다. 여당에서는 김재원 의원 등이 담배의 건강부담 증진금을 높이는 입법을 추진한 상태다.
여기에 더해 지난달 28일 기획재정부가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소주ㆍ위스키 등을 포함해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고도주)을 중심으로 세율인상 방침까지 밝히면서 '죄악세'의 도입ㆍ확대가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죄악세란 사회적으로 장려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하는 상품에 높은 세금을 매겨 소비를 억제하는 제도다. 사회ㆍ보건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죄악세 도입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분위기다.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가정폭력ㆍ중대질병ㆍ교통사고ㆍ성폭력사건 등 배경에는 과도한 음주가 단골소재로 등장했다.
그렇다고 현재 술과 담배에 대한 우리나라의 조세ㆍ준조세 부담이 결코 낮은 것은 아니다. 대표 주종인 소주와 맥주, 위스키는 모두 총세율이 112.96%에 달한다. 이들 주종에는 주세(세율 72%)와 교육세(주세의 30%), 부가가치세(제조원가와 주세ㆍ교육세를 합친 금액의 10%)가 붙기 때문이다. 담뱃값도 2,500원짜리 한 갑을 기준으로 보면 그 중 1,550원가량을 세금ㆍ 준조세로 떼어준다.
다만 정부는 해당 제품 소비자들이 가격에 대해 둔감해지는 경향이 있어 지속적으로 가격인상 정책을 펴야 소비억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특히 소주ㆍ위스키 등 고도주는 훨씬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나쁜 고도주인데도 불구하고 맥주와 세율이 같다는 점은 문제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선진국에서는 고도주 판매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저도주보다 2배가량 높다"고 설명했다.
이런 시각이라면 고도주 세율이 최소한 현재보다 10%포인트 이상 인상될 수도 있다. 고도주 세율인상이 주세체계의 대수술을 예고하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 현재는 알코올 도수에 관계 없이 가격에 비례해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 체계여서 맥주나 양주가 같은 세율 수준을 유지한다. 이를 알코올 도수에 따른 종량제 체계로 바꾸면 고도주 중심의 세율 인상이 가능하다. 물론 종량제를 유지하면서 일부 주종 세율만 올리는 방식도 배제할 수 없다.
조세전문가들은 주세인상과 같은 죄악세 도입을 위해서는 정부가 몇 가지 주요 쟁점을 해결해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이는 ▦서민물가 부담 증가(소득역진성 논란) ▦주류 밀수ㆍ밀주ㆍ밀매 증가(조세저항) ▦지방세수 결손 문제 등의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소득역진성 문제가 당장의 현안이다. 지난 참여정부 당시에도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소주ㆍ위스키 등의 주세 세율을 72%에서 90%로 올리는 주세법 개정안을 의결했으나 여당(당시 열린우리당)의 반대에 부딪혔다.
조세저항도 만만히 볼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지난 1954년에도 세수확보를 위해 주세 세율을 최고 364%까지 올렸다가 밀수ㆍ밀주ㆍ무자료거래 등이 성행하자 부랴부랴 보완대책을 내놓았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지방세수 결손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주세는 현재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의 주된 재원이다. 주세는 사실상 지방재정의 주된 수입원인 셈이다. 그런데 주세 세율을 올리면 단기적으로는 세수가 늘겠지만 점차 가격부담으로 수요가 줄어 세수가 감소할 것이라는 게 정부와 학계의 관측이다. 물론 가격탄력성이 낮아 가격을 올려도 수요가 안 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따라서 정부가 이들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국민적 계몽을 벌여야 입법이 순항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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