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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채권발행량 일방축소 논란

코코본드 해외투자자 몰리자 국내발행 물량 예정보다 줄여<br>투자자 "시장 암묵적 약속 무시"

우리은행이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을 발행하면서 사전 약속과는 달리 발행물량을 일방적으로 줄여 논란이 일고 있다.

31일 채권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총 3,000억원의 코코본드 발행을 위해 지난 27일 투자자들을 상대로 수요예측 조사를 실시했다. 우리은행이 제시한 수요예측 공모 희망금리 범위는 10년 만기 국고채권 수익률에 가산금리 1.80~2.40%포인트였다. 이날 10개 기관투자가의 입찰물량은 총 2,830억원으로 공모물량에 미달했다. 투자자들이 제시한 가산금리 수준은 1.5~2.37%포인트로 공모 희망금리 상단보다 모두 낮았다. 이 같은 경우에는 3,000억원을 국고채 10년 금리+2.37%포인트에 발행해 투자자들이 원하는 물량을 전량 주고 남은 170억원은 발행주간 증권사들이 떠안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우리은행은 갑자기 발행물량을 2,400억원으로 줄이겠다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정신고서를 28일 공시했다. 그러면서 채권 발행금리는 10년 국고채+가산금리 2.08%포인트 수준으로 낮췄다. 투자자에게 주는 금리를 낮춘 만큼 우리은행에는 이익이다. 그러나 우리은행의 일방적인 통보로 일부 기관투자가들은 희망금리 범위 내에서 수요예측에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채권물량을 받지 못하게 됐다. A기관투자가는 "희망금리보다 높게 응찰한 물량의 경우에는 발행사가 발행량을 줄이기도 하지만 이번과 같이 공모물량에 미달한데다 응찰금리 역시 희망금리 범위 내에 있는데 발행사가 마음대로 물량을 제한하는 경우는 없었다"며 "이는 투자자를 우롱하는 행위"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우리은행이 코코본드 발행량을 막판에 줄인 이유는 해외에서 발행할 예정인 달러화 표시 코코본드의 금리 수준이 더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국내외 금리상황을 봐가며 국내 발행물량은 20% 범위 내에서 줄이거나 늘릴 예정이었으며 이 같은 내용을 증권신고서에 공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리은행의 해명에 대해서도 채권투자자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B자산운용사의 채권펀드 매니저는 "채권발행 수요예측 과정은 발행사와 투자사 간 신뢰를 기반으로 굳어진 시장의 약속인데 발행사가 입맛에 맞게 막판에 물량과 금리를 조정한다는 것은 시장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상도의에 어긋난 '소탐대실' 행태"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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