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이모 씨는 얼마 전 직장 동료들과 저녁 시간에 맥도날드를 찾았다. 예전에는 삼겹살집이나 부대찌개집을 자주 찾았지만 2차 맥주집에 들르기에 앞서 맥도날드 햄버거로 간편하게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식사 시간이 짧아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뿐더러 고급재료를 사용한 프리미엄 햄버거 메뉴들이 많아져 품질 대비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분위기도 깔끔한 점이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간편한 점심 메뉴나 허기를 달래는 간식으로 여겨져 왔던 햄버거가 최근 들어 저녁 메뉴로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불황으로 저렴한 가격대가 메리트로 작용하는 데다 패스트푸드 전문점에서 파는 햄버거가 갈수록 진화되면서 과거처럼 기피 음식이 아닌 '웰빙 햄버거'로 거듭나 5,000원대(세트 메뉴)로 즐길 수 있는 '이코노믹 푸드'로 인기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다.
13일 버거킹에 따르면 점심시간(오전 11시 30분~오후 2시)과 저녁시간(오후 6~8시)에 매장을 찾는 고객의 비율이 지난해까지는 7:3 수준이었으나 올해 들어 6:4로 저녁시간대의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이처럼 햄버거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업체들이 불황에 맞춰 발빠르게 '행복의나라'(맥도날드)·'와우시리즈'(버거킹)·'착한점심'(롯데리아) 같은 2,000원대 저가 메뉴를 개발해 소비자 니즈에 적중한데다 '1955버거'·'필리치즈버거' 등 5,000원(단품 기준) 이상 가격대의 프리미엄 메뉴로 고객층을 확대한 데 따른 것이다.
더욱이 휴게음식중앙회가 중기적합업종 신청에서 햄버거 품목을 제외하는 것이 유력해지면서 패스트푸드점은 별다른 규제 없이 성장이 가능해지게 됐다.
이같은 기세를 몰아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올해 가맹사업을 더욱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맥도날드는 현재 50개인 가맹점 수를 올 연말까지 100개로 늘리고 전체 매장 수를 현재 344개에서 444개로 늘릴 계획이다. 그동안 직영점만 고집하다 지난해 6월부터 가맹사업을 시작한 버거킹 역시 현재까지 30개의 가맹점을 추가해 167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앞으로 4년 내 전체 매장 수를 300개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반면 경기 불황과 중기적합업종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는 패밀리레스토랑 업계는 지난 2011년 이후 연간 신규 출점이 한 자릿수에 그치고 있다. 빕스의 신규 출점은 2012년 8개에서 지난해 5개로 줄어들었고 TGI프라이데이스와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도 신규 출점이 연간 3~4개에 머무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스파게티나 스테이크 전문점이 별로 없던 시절에는 패밀리레스토랑을 많이 찾았지만 갈수록 전문 외식 매장이 많아지면서 패밀리레스토랑의 메리트가 줄어든 상황"이라며 "불황기에 패밀리레스토랑의 3~4만원대 스테이크 메뉴는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에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근 패밀리레스토랑들은 1만원대 스테이크를 내놓는 등 몸값을 낮추며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T.G.I프라이데이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베니건스는 1만원대 런치 메뉴를 앞다퉈 선보이고 있으며 빕스도 지난달부터 일부 매장을 중심으로 1만 5,000원대 브런치 메뉴를 출시했다.
올해 휴게음식업중앙회의 중기적합업종 선정이 유력시되고 있는 피자헛·도미노피자·미스터피자 등 피자전문점 브랜드는 1~2인 가구 증가와 경기 침체 영향으로 지난 2011년 이후 연간 신규매장 수가 10개 내외에 그치자 자구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피자헛은 올 1월 서울 청계천에 1~2인 고객을 겨냥한 '피자헛키친' 1호점을 열었고 도미노피자도 지난해 3월부터 새로운 콘셉트의 오픈키친 매장을 서울 석촌점에 도입해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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