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보면 공장 한편에 마련된 작업실 같은 이곳은 다름 아닌 현대카드의 심장부라 불리는 '디자인랩'의 풍경이다.
현대카드의 유별난 디자인 사랑은 이미 유명하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은 2003년 취임과 동시에 디자인실을 만들고 현대카드를 대표할 수 있는 서체와 '예쁜 카드'를 만들 것을 주문할 만큼 디자인에 대한 애정과 철학이 남다르다.
그 결과 지난 10년간 현대카드에서는 투명한 카드, 금속 소재 카드, 테두리에 색깔을 넣은 카드 등 이전까지 없었던 새로운 디자인의 카드들이 쏟아졌다.
현대카드는 올해 말에도 현대카드 챕터2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새로운 카드에 실험적인 디자인을 적용할 예정이다.
지난해 출시한 '리퀴드메탈카드'처럼 카드에 사용된 적 없는 독특한 금속소재를 활용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카드업과는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는 디자인 프로젝트까지 도맡기 시작했다.
기아자동차의 레이로 새로운 택시를 디자인하는가 하면 이마트와 협업으로 주방용품 브랜드 '오이스터'를 출시, 고무장갑을 만들고 올 초에는 휴대폰 제조사인 팬택과 손을 잡고 새로운 스마트폰과 소프트웨어 디자인까지 시작했다. 돈 한푼 받지 않고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사실이 입소문을 타면서 업계 곳곳에서 상품을 디자인해달라는 요청도 들어오고 있다.
디자인프로젝트를 주도하는 디자인랩에 대한 대우도 남다르다. 디자인실 사무실인 디자인랩은 현대카드 임원들도 함부로 드나들 수 없는 1급 보안구역이다.
실제로 디자인실 직원 36명 외에는 디자인랩에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사람은 채 10명이 안 된다. 사장실이 있는 현대카드 사옥 11층에 임원 80명을 비롯해 100여명 남짓의 사람들이 출입할 수 있는 것에 비하면 실로 삼엄한 보안이다.
지난달 24일 내부 공사를 끝내고 문을 연 디자인랩은 리움미술관과 아부다비 루브르 박물관 디자인 등으로 알려진 세계적인 건축가인 장 누벨이 설계했다. 정 사장은 지난해 밀라노디자인위크에 참가해 누벨을 직접 만났으며 디자인랩 설계도 이때 성사됐다.
업계에서는 카드사에서 수익도 나지 않는 디자인에 이토록 매달리는 이유에 의문을 표시하기도 한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현대카드의 디자인에는 편견을 깨고자 하는 현대카드의 철학이 담겨 있다"며 "고객들은 단순히 금융 혜택 때문만이 아니라 현대카드의 디자인과 철학에 공감하고 현대카드의 '멤버'가 되기 위해 현대카드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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