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형이 50%만 일치, 성공률이 낮아 금기시 됐던 부모-자식 간의 골수이식 수술인 '반(半)일치 골수이식'의 성공률을 높여주는 방법을 국내 의료진이 찾아냈다. 이에 따라 이식에 적합한 골수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어 온 백혈병 환자 치료에 새로운 전기가 열리게 됐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혈액내과 이규형(사진) 교수는 지난 2004년부터 최근까지 51명의 백혈병 환자에게 기존과 다른 비율로 항암제를 혼합하고 양을 조절해 사전 항암치료한 뒤 '반일치 골수이식'을 한 결과 13%의 사망률을 보여 유전자형이 100% 일치하는 형제간 골수이식 사망률(세계 평균 20%)보다 낮았다고 밝혔다. 이식받은 골수가 백혈병 환자의 장기를 공격하는 합병증인 '이식편대숙주반응' 발생률도 형제간 골수이식에서는 40%나 되지만 이 교수가 실시한 부모ㆍ자식간 골수이식에서는 30%로 낮았다. 이 교수는 "부모의 골수를 이식받은 백혈병 환자의 사망률이 낮은 것은 골수이식 전(前)단계에 투여하는 항암제의 비율과 양, 투여시간 간격을 조절했기 때문"이라며 "반일치 골수이식을 받을 백혈병 환자의 사전준비 조건이 만들어진 셈"이라고 설명했다. 아산병원의 한 관계자는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정확한 데이터를 모으려면 좀 더 장기간 관찰이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부모ㆍ자식간 골수이식이 활발해지면 자신에 맞는 골수를 찾기 위해 성덕바우만처럼 온 나라를 뒤져 수만 명이 넘는 골수기증 희망자를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성공적인 골수이식에 가장 중요한 관건은 '조직적합성항원(HLA)'의 일치 여부. 부모ㆍ자식간에는 HLA가 반 밖에 일치하지 않는다. 부모로부터 두 가닥의 유전자 가운데 한 가닥만 물려받기 때문이다. 형제의 경우 HLA가 100% 일치할 확률은 약 25% 정도다. 따라서 의료진들은 골수이식을 해도 실패확률이 높은 부모ㆍ자식간 골수이식 대신 형제간 골수이식을 시도하거나 HLA 일치율이 높은 타인을 찾는 데 주력해 왔다. 이번 연구결과는 혈액암 분야 권위지인 '미국 골수이식학회지(Biology of Blood and Marrow Transplantation)' 1월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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