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그룹이 6,000억원 규모의 JS전선을 정리하겠다고 초강수를 둔 것은 그룹이 JS전선의 원전케이블 불량 문제에 대해 책임을 다하는 한편 원전비리의 오명에서 벗어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들 머릿 속에 'JS전선=원전불량' 이라는 생각이 각인된 이상 제대로 된 영업을 영위하기 어려운 데다 그룹 이미지마저 훼손돼 자칫 그룹 존망까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LS그룹 관계자는 "개인이나 부서의 위법행위가 한 기업의 존폐를 결정지을 수도 있다는 보편적 교훈을 사업정리라는 큰 대가를 치른 후에야 뼈저리게 얻게 됐다"며 "계열사를 정리하는 선택은 쉽지 않았지만 오너가 계열사 CEO들과 협의한 끝에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JS전선의 2012년 매출은 5,820억원, 영업익은 131억원이다. 이와관련, 재계의 한 관계자는 "원전비리에 대한 LS그룹 차원의 대응이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수천억원 규모의 계열사 정리안은 진정성있는 통렬한 반성의 메시지로 읽힌다"고 말했다.
LS전선은 지난 2005년 종합케이블 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선박및 해양용 특수케이블 분야에 강점을 가진 진로산업을 인수, JS전선으로 사명을 바꿨다. JS전선은 LS그룹에 인수되기 전에 수주한 신고리 1·2·3·4호기와 신월성 1·2호기에 제어케이블을 납품했다. 이 가운데 신고리 원전 1·2호기와 신월성 1·2호기에 들어간 제품이 불량 부품으로 드러났다. 또 신고리 원전의 3·4호기에 들어간 제품은 불량은 아니지만 위조된 그래프를 이용했다.
결국 LS그룹은 케이블 납품 비리로 원전 3기가 무더기 가동 중단되면서 지난 여름 전력수급에 차질을 빚자 전력난의 원인 제공자로 온갖 비난을 들었다. 비리에 연루된 직원들이 사법처리되고 회사가 거액의 소송을 당하자 구자열(사진) LS그룹 회장은 '통렬히 반성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지난 2일 신년식에선 전 계열사가 모여 준법경영을 선포하기도 했다.
LS그룹은 그러나 원전 케이블 사업을 포기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원전 케이블을 제작하는 국내 기업은 LS그룹 계열인 LS전선·JS전선과 대한전선 뿐이다. 그나마 대한전선은 거의 손을 뗀 상태다. 따라서 LS전선마저 원전사업을 접으면 국내 원전은 케이블 전량을 외국 업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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