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 당국이 기업들에 달러매도 자제를 요구하는 등 사실상의 구두개입에 나섰으나 원화값이 추석 이후 이틀째 상승(환율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원ㆍ달러 환율이 내년 초 1,030원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원60전 하락한 1,072원20전에 마감했다. 전날 10원30전 하락한 데 이어 추석 이후 연이틀 하락세며 종가 기준으로 지난 1월24일(1,068원70전) 이후 8개월 만의 최저치다.
정부는 이날 외환시장 개장 전인 오전7시30분께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최희남 국제금융정책국장 주재로 자동차ㆍ정유ㆍ중공업 등 주요 수출입업체 재무담당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최 국장은 회의에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외환시장에 쏠림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달러매도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화값 상승에 대비해 보유달러(네고물량)를 과도하게 매도하지 말라는 외환 당국의 경고를 전한 것이다.
실제 간담회 개최 소식이 알려지자 이날 원ㆍ달러 환율은 소폭 오름세로 출발했다.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경계감이 확산된 탓이다. 하지만 이내 달러매도세가 확산되면서 원ㆍ달러 환율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정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수출업체들이 달러 팔자에 나선데다 외국인들의 주식 매수자금도 꾸준히 유입됐기 때문이다.
다만 외국인 매수세가 다소 주춤하면서 낙폭은 전날보다 크게 줄었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원ㆍ달러 환율의 추가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SC)는 최근 올 4ㆍ4분기 원ㆍ달러 평균 환율전망을 1,055원으로 낮췄다. 지난달 말 전망치인 1,110원에 비해 55원이 낮은 수준이다. SC는 또 원ㆍ달러 환율이 내년 상반기에는 1,030원, 하반기에는 1,020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JP모건도 23일 4ㆍ4분기 원ㆍ달러 환율전망치를 기존 1,080원에서 1,06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임지원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아직까지 원화는 저평가됐다"며 "유가가 크게 오르지 않는 한 경상수지 흑자행진이 이어지면서 원화절상은 중장기적인 추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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