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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의 신임 이사장 자리에 오르면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 역시 사실상 공식적인 첫걸음을 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년 동안 위기관리에 성공하며 경영 측면에서 안정적인 성과를 냈던 이 부회장이 이번 공익재단 이사장 선임을 계기로 후계 구도에도 분명한 방점을 찍었다는 것이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삼성재단의 이사장은 그룹의 수장으로서 상징적인 의미가 매우 큰 자리"라며 "그동안 경영권 승계에 대한 물밑 작업을 진행하면서도 이를 공식화하지 않았던 삼성그룹이 조만간 본격적인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아버지인 이건희 삼성 회장이 병상에 누운 뒤 그룹 경영 전반을 통솔하면서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냈지만 사회공헌과 같은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는 아직 눈에 띄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삼성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 선대회장이 제1 경영철학으로 내세운 '사업보국(事業報國·사업을 통해 나라에 이바지한다)'에 비춰보면 '사업'에 비해 '보국' 쪽 활동이 두드러지지 않았던 셈이다.
최근 서울경제신문이 이재용 체제 2년을 맞아 실시한 삼성 원로들과의 인터뷰에서도 "이 부회장 체제가 공고하게 되려면 사업적 측면뿐만 아니라 사회 공헌 등 전반에서 국민 모두로부터 축복받는 승계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두 삼성 공익 재단의 이사장 자리에 오르면서 그동안 살림살이에 집중해왔던 이 부회장의 경영 스펙트럼은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조업과 사회공헌·문화활동까지 한 번에 아우르는 자리에 올라 실질적인 그룹의 수장으로서 그에 걸맞은 큰 그림을 선보일 것이라는 얘기다.
사실 이 부회장은 지난 1년 동안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위기 상황에 직면하면서도 내부적으로 조직이 흔들리지 않도록 다잡는 동시에 평택 반도체단지 등 대규모 투자를 진두지휘하고 외부적으로는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들과 수시로 만나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는 등 경영자로서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해왔다.
아버지인 이 회장과 가장 차별화되는 이 부회장의 경영상 특징은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부터 현재까지 8건의 '기업 사냥'을 단행했으며 방산과 석유·화학 부문을 한화에 넘긴 '빅딜'은 누구도 짐작하지 못한 초대형 거래였다. 성장 가능성이 희박한 분야는 도려내고 앞날이 창창한 사업은 일류 기업의 노하우를 이식하겠다는 '실리 경영'을 추구하고 있는 셈이다.
그룹이 관장하는 사업 영역을 야금야금 넓히고 있는 점도 이 부회장의 뚝심이 반영된 결과다.
이 부회장은 지난 3월 중국 출장에서 현지 최대투자 회사인 시틱그룹의 창쩐밍 회장과 회동했다. 당시 만남에서 이 부회장은 "그룹 간의 협력을 기존의 증권업무에 자산운용 분야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하는 등 제조·금융산업 결합에 대한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7일 착공에 들어간 경기도 평택의 반도체 생산라인 역시 이 부회장의 과감한 투자 전략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단일 생산라인 기준으로 최대인 무려 15조6,000억원을 투입, 종합반도체 부문 글로벌 1위 도약을 위한 날개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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