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23일(현지 시간) 미국 새너제이의 캘리포니아 극장에서 행사를 열고 7인치 대 보급형 태블릿PC 아이패드 미니와 4세대 아이패드를 동시에 공개했다. 아이패드 미니는 화면 크기가 기존 아이패드 시리즈의 9.7인치 보다 1.8인치 작아졌고 두께와 무게도 각각 7.2mm, 308g으로 더 얇고 가벼워졌지만 성능은 달라지지 않았다.
7인치 제품은"도착 즉시 사망해 있을 것(Dead on Arrival)"이라며 삼성전자의 7인치 태블릿PC'갤럭시 탭'을 향해 퍼부었던 창업주 스티브 잡스의 독설에도 불구하고 애플이 보급형 시장 공략을 노리고 내놓은 야심작이다.
하지만 신제품 공개 첫날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아이패드 미니가 공개된 직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애플의 주가는 전날 보다 3.3% 하락한 613.36달러에 마감됐다. 보급형 제품임에도 가격이 시장의 예상 보다 높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제품의 사양은 예상과 다르지 않았지만 가격은 경쟁사 제품에 비해 100달러 가량 높게 책정됐다. 아이패드 미니 와이파이(Wi-Fi) 전용 16GB, 32GB, 64GB 모델은 각각 329, 429, 529달러다. 같은 7인치 대 제품인 아마존의'킨들 파이어'16GB 모델은 200달러, 구글의'넥서스 7' 16GB 모델은 249달러다.
외신은 아이패드 미니가 평범한 사양과 예상 보다 높은 가격으로 시장에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했다며 혹평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아이패드 미니는 애플의 창조적인 욕구가 아니라 시장과 소비자에 맞춰 설계된 (평범한)제품"이라며 "가격 발표 이후 주식 매도 문의가 빗발쳤다"고 전했다. 애널리스트들도"가격이 예상보다 높게 책정돼 긴장했던 경쟁사들이 한 숨 돌리게 됐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애플이 아이패드 미니를 공개함에 따라 앞으로 태블릿PC 시장은 프리미엄 제품과 보급형 제품으로 양분될 전망이다. 애플이 아이패드 미니를 내놓은 것은 휴대성이 높은 제품에 대한 시장 수요와 경쟁사들의 라인업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으로, 앞으로 보급형 제품 시장을 놓고 불꽃 튀는 한판 승부가 불가피해졌다.
7인치 제품이 중심인 보급형 태블릿PC 시장은 현재 삼성전자 갤럭시 탭과 아마존 킨들 파이어, 구글 넥서스 7 등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이 경쟁사 보다 100달러 가량 높은 가격으로 보급형 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지는 결국 시장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애플은 사상 처음으로 한국을 1차 출시 국가에 포함시켰다. SK텔레콤과 KT는 오는 26일부터 아이패드 미니 와이파이 모델에 대한 예약 가입을 시작하고 11월2일부터 본격 판매에 들어간다. 와이파이 16GB 모델 가격은 42만원에 책정됐다. 롱텀에볼루션(LTE) 제품은 다음달말 판매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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