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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Watch] 격식을 벗고 와인 젊음을 입다

"수입맥주에 뺏긴 20~30대 고객 찾자"

치킨·피자 등 색다른 메뉴와 결합하고 클럽으로 캠핑장으로 마실곳도 다양화

다다·버니니·미안더 모스카토·스택 등 보틀 벗어나 맥주병·캔형태로 디자인

알코올 도수·값도 낮춰 "대중 곁으로"


#지난달 21일 교촌치킨 강남점. 오후7시쯤 30여명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매장에 들어섰다. 교촌치킨과 와인수입업체 조지아와인이 마련한 행사에 초대받은 이들이었다. 행사 시작과 함께 어색한 순간도 잠시 매장 안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들에게 살살치킨·교촌콤보·레드콤보·허니콤보·교촌후라이드 등의 치킨 메뉴와 함께 '생뚱맞게' 와인이 제공됐기 때문. 치킨의 단짝은 맥주라는 통념을 깬 것이다 . '치맥(치킨+맥주)' 대신 '치와(치킨+와인)' 문화를 만들어보자는 행사 취지대로 피로스마니·알라자니밸리·알라베르디·킨즈마라올리 등의 와인이 줄줄이 등장했다. 호응도 폭발적이었다. 참석자들은 "치킨에 와인을 먹으니 별미다" "뛰어난 맛에 색다른 분위기까지 좋은 경험이었다" "다음에도 기회가 생기면 치킨에 와인을 시도해보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강남의 한 클럽에서는 이색 파티가 열렸다. 클럽 파티의 단골 술은 보통 젊은층이 선호하는 수입 맥주나 보드카·리큐르 등이다. 하지만 이날 행사는 달랐다. 와인수입업체 금양인터내셔날이 주최자로 대표적인 스파클링와인인 '프레시넷'을 선보였다. 참가자들은 신나는 음악 속에 프레시넷을 병째로 혹은 빨대로 꽂아 마시며 파티를 만끽했다. 친구와 함께 파티에 왔다는 한 김모씨는 "와인을 클럽에서 마시니 느낌이 남다르다"며 "알코올 도수도 4~5도로 맥주와 비슷한 데 반해 맛은 더 좋아 부담 없이 즐기기에 제격"이라고 말했다.

격조 있고 우아한 와인이 친근하고 젊음의 향기를 입기 시작했다. 지금껏 와인은 이탈리안 레스토랑 등 격식 있는 장소에 맞는 '클래식 정장'의 이미지였다면 최근에는 치킨이나 피자 등 이색 메뉴와의 이종 결합이나 클럽 등 열정적인 장소에서 즐기는 캐주얼한 감성으로 변신을 거듭 중이다. 젊은층을 주 고객으로 확보하고 음용 장소도 다양화해 수입 맥주에 뺏긴 고객층을 다시 확보해 '제2의 와인 전성시대'를 열겠다는 야심이다.

와인 업계는 우선 보틀 디자인을 친근한 맥주병 형태로 바꾸고 있다. 젊은층 사이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수입 맥주를 겨냥해 젊은층에 가깝게 다가서기 위한 시도다.

와인의 일반적인 디자인은 750㎖의 큰 병으로 클래식한 장소에서 마시거나 선물하기에는 제격이었다. 하지만 와인이 점차 일반화되고 있는데다 음주문화가 '먹고 취하자'에서 '가볍게 즐기자'로 바뀌면서 미니 와인, 하프 보틀(375㎖·Half Bottle) 등 다양한 사이즈 상품이 속속 나오고 있다. 아울러 캠핑·등산·해수욕 등 아웃도어 활동이 인기를 끌고 있고 젊은층이 주류를 소비하는 장소로 서서 춤을 추거나 대화를 나누는 클럽 등으로 이동하면서 맥주병 모양이나 알루미늄 캔 형태 와인이 등장했다.

미안더 모스카토, 미안더 핑크, 다다, 버니니, 미니엠 등은 겉으로만 보면 마치 수입 맥주 같다. 심지어 리버스 레드와인은 등산·캠핑 등 야외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알루미늄 캔 형태로 제작됐다. 스택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1인용 사이트(187㎖) 작은 항아리 모양 잔 4개로 구성했다. 4개로 이어진 제품들을 한 컵씩 분리해 뚜껑을 열어 즐기는 방식이다.

패키지 디자인의 색상도 갈수록 화려해진다. 와인은 통상 고품격을 강조하기 위해 어두운 색조와 알파벳 단어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전체적으로 밝은 색상에 라디오·커피그라인더 등 캐주얼한 문양을 넣어 얼핏 보면 달콤한 과실주로 보인다.



레뱅드매일이 지난해 11월 출시한 '또스띠 레드 아뀌'는 겉면을 하트 모양으로 장식했다. 병의 중심에는 쉽게 잡고 따를 수 있도록 작은 홈도 만들었다. 레뱅드매일은 라디오(라디오 보카)나 커피그라인더(더 그레이프 그라인더) 등을 새긴 상품도 연이어 선보였다.

다소 진중한 느낌의 와인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데는 주류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탓이다. 격식을 갖추기보다는 가볍게 즐기는 문화가 젊은층을 중심으로 번지고 있어서다. 그러다 보니 고도주보다는 저도주를 선호하는 주류 문화가 퍼졌고 자연스럽게 와인 시장에서도 도수를 낮추거나 모양을 바꾸고 가격도 내리는 등 젊은 와인으로의 변신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한 와인수입업체의 관계자는 "패키지에 변화를 준 제품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용량은 물론 알코올 도수를 기존 13~14도에서 5~6도로 낮추고 가격도 1만원 아래로 낮췄다는 점"이라며 "변화에 따른 매출이 증가하는 등 파급 효과도 예상을 뛰어넘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양인터내셔날의 칠레산 와인 산페드로 가또 네그로 소비뇽 블랑 하프 사이즈는 지난 2012년부터 매년 두자릿수 성장했다. 275㎖ 소용량 스파클링와인 다다도 2013년 판매량이 전년 대비 370% 급증했고 지난해도 253% 뛰었다. 아영FBC의 스택은 지난해 초도 물량 3만병이 조기 완판되며 품귀 현상을 빚었다.

오랜 기간 성장해온 와인이 지난해부터 수입 맥주 공세에 밀려 매출 정체의 위기가 찾아온 점도 와인의 변화를 재촉하고 있는 요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수입 와인은 3만3,100톤으로 2013년보다 1.6% 늘었다. 또 수입액은 1억8,217만달러로 6.0% 증가했다. 이는 2013년 수입물량 (15.9%)과 수입금액(16.7%) 증가율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반면 지난해 스파클링와인 수입물량 및 수입금액은 각각 3,411톤, 2,477만달러로 13.6%, 15.9%씩 증가했다.

또 다른 와인수입업체의 관계자는 "와인 대중화로 선물용 수요가 갈수록 줄어들어 성장의 한계에 직면했다"며 "와인수입사들이 패키지와 디자인 변화를 시작으로 색다른 메뉴와 결합하는 레시피 마케팅, 판로 다양화 등 전반적으로 전략을 새로 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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