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3월31일(현지시간) 발표한 2010년도 연례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에서 한국의 자동차 시장 진입장벽이 높다고 지적한 것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의회 비준에 앞서 미국 측의 의견을 간접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USTR는 “관세, 배기량 기준, 차별적인 세제 등의 조치로 미국산 자동차의 접근이 제한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미국 및 다른 국가 수입자동차의 한국 내 시장점유율이 매우 낮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지난해 보고서에서는 “두 나라 간 자동차 교역에 관해 표현된 관심사항 등의 이슈에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해나갈 것”이라며 두루뭉술하게 표현했지만 이번에는 구체적인 사항들을 언급함으로써 미해결 쟁점을 분명히 짚었다. 또 론 커크 USTR 대표 등 주요 인사들이 “한국 시장에서 자동차 보호무역에 대한 우려가 먼저 해소돼야 한미 FTA가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도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내놓지 않았던 것과도 연결된다. 이와 관련, 보고서는 “미국산 자동차가 좀더 공평하게 경쟁할 수 있게 하는 제안을 개발하기 위해 의회 및 이해당사자들과 협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외교통상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NTE 보고서를 FTA와 연결시킬지 여부는 미지수”라며 “아직 정식으로 제안이 들어온 것은 없다”고 답했다. 또한 USTR는 자동차 연비 강화 규정과 관련해 지난해 우리 정부가 확정한 ‘저탄소 녹색성장’ 법안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미국 자동차 업체들은 한국의 연비 기준이 미국보다 엄격해지고 있다는 데 우려하고 있다. 미국이 오는 2016년부터 자동차의 평균 연비기준을 리터당 15.1㎞ 이상으로 제시한 반면 한국은 2015년부터 국내에서 생산·판매되는 자동차의 평균 연비기준을 리터당 17㎞ 이상으로 책정했다. 이와 관련, 한국과 미국 정부는 고위 관계자들 간 실무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USTR는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약가 인하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보고서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통한 약가 인하가 추진되고 있는데 미 정부는 혁신 약제 개발을 저해하지 않도록 추진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또 시장형 실거래가 상환제도 등 불법 리베이트 방지를 위한 제도 도입에 있어 미국 업체는 투명하다고 강조했다. 지재권 분야의 경우 개정 저작권법 등의 입법 현황과 대학가 불법복사 단속 등을 평가하면서도 온라인 불법복제, 소프트웨어(SW) 불법복제, 특허-허가 연계 관련 식약청 및 특허청 간 협조 부족 등은 여전히 우려된다고 표명했다. USTR는 서비스 장벽에 대해 지상파·케이블·위성방송의 외국 프로그램 쿼터 제한, 외국 재송신 채널에 대한 한국어 더빙 및 지역광고 제한을 지적했다. 또 소비자에 대한 위성방송 서비스 직접 제공 제한, 별정통신 통신망 접근 권리 제한, IPTV 면허요건에 콘텐츠 쿼터 적용 등의 문제도 제기했다. 특히 우정사업본부ㆍ농협ㆍ수협 등과 민간 금융기관간의 차별적 감독, 금융규제의 투명성 부족을 포함한 금융 서비스의 규제 및 시장접근 문제도 강조했다. 투자장벽으로는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일부 장벽을 제거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기간통신사업자 및 지상파ㆍ케이블ㆍ위성방송사업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 제한, 육류도매, 전력사업, 정기간행물 등의 외국인지분 제한 등을 언급했다. 한편 USTR는 미국의 무역 및 투자와 관련해 발생한 중요한 무역장벽 실태와 이를 해소하기 위해 취해진 조치들을 보고서로 작성해 매년 의회에 보고해야 하며 이번 보고서는 지난 2009년의 각국 무역장벽 실태 및 개선결과를 다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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