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이 ‘내우외환(內憂外患)’의 늪에 빠져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수출과 주가 동반 호조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역외시장에선 미 달러 약세 심리가 좀체 수그러들지 않으며 외환시장에는 달러화가 넘쳐나고 있다. 수급과 시장 참여자들의 하락 심리가 커지고 있지만 외환당국은 ‘환 투기’ 세력에 대한 원론적인 경고만 되풀이할 뿐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지난주 말보다 5원20전 급락한 922원40전으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2월14일 920원50전 이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갱신했다. 올들어 지난 4월 말까지 연평균 환율은 937원6전으로 지난해 평균치(955원8전)보다 18원2전, 2005년(1,024원13전)보다 87원7전이나 급락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원화환율이 하락세가 심화되고 있는 것은 미 달러화 약세 기조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수출과 주가가 동반 호조를 보이면서 해외에서 대규모 외화가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직후 한달간 외국인 주식순매수 규모가 무려 7조원(약 75억달러)에 달했으며 삼성중공업ㆍ두산중공업 등 중공업체들이 잇따라 대규모 수주에 성공하면서 지난달까지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36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하락세가 좀처럼 진정될 기미가 없다는 점이다. 모건스탠리ㆍ골드만삭스ㆍ도이체방크 등 대다수 국제 투자은행(IB)들은 연말까지 원화환율이 900원대 초반까지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가와 수출 호조에 따른 공급 우위와 함께 달러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엔화환율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엔ㆍ달러 환율은 120.40엔대를 넘어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원ㆍ엔 환율은 100엔당 769원10전으로 떨어지며 3개월 만에 770원대가 붕괴됐으며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2월12일 769원)를 불과 10전 남겨두고 있다. 외국계 은행의 한 딜러는 “외국인 투자가들의 주식 순매수가 계속되고 있어 외환당국도 무리한 시장 개입은 단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당국이 은행권의 외화차입에 대한 규제에 나서고 있어 급락은 막겠지만 하향 추세는 어쩔 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외환당국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와는 달리 경상수지도 균형으로 가고 있어 단기외채를 제외하면 공급우위 요인이 별로 없다”며 “수급여건만 보면 환율하락 요인이 없는데도 역외세력으로 인해 심리가 무너진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오는 7~8월께 국내 외환시장이 새로운 변곡점을 맞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2월에도 여행수지 적자로 환율이 일시 반등했다”며 “대규모 여행수지 적자를 보이는 7~8월까지 원화환율 하락압력이 지속되다 이후부터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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