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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은행 정구팀 전관왕 달성

'임종룡의 힘'… M&A 이어 실적도 4대지주 넘었다

작년 순익 4600억 수직 성장 한 자릿수 감소폭 업계 유일

중앙회와의 갈등 없애고 중복업무·지휘체계 고쳐

"올핸 흑자 크게 내볼것"


농협금융지주는 지난해 출범 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신동규 전 농협금융 회장은 농협중앙회와의 갈등을 풀지 못하고 자진 사퇴했다. 그는 떠나면서 "농협금융은 제갈공명이 와도 안된다"며 쓴소리를 했다.

선장을 잃어버린 농협금융은 흔들렸다. 더욱이 그해 3월에는 농협은행에 또다시 전산사고가 발생해 고객의 신뢰마저 바닥에 떨어졌다. 흔들리는 농협금융의 모습은 실적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지난해 상반기 순이익은 1,000억원대로 다른 경쟁 금융지주사들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이때 농협금융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사람이 임종룡(사진) 회장이다. 어떤 유능한 최고경영자(CEO)가 오더라도 농협금융을 살리지 못할 것이라던 신 전 회장도 그를 두고 "제갈공명 같은 후배"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취임한 지난해 6월 농협금융의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 대통령 경제금융비서관, 기획재정부 1차관 등 요직을 두루 거친 관료로서 그의 역량은 이미 입증되고도 남았지만 농협중앙회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현실적 상황을 고려할 때 그의 특출함이 발현될지는 미지수였다.

하지만 임 회장은 해냈다. 그는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을 비롯한 농협중앙회 측과 밀도 있는 논의를 통해 중복적인 업무보고는 최대한 줄이고 지휘 체계를 수직화·단순화했다.

농협중앙회가 금융지주의 대주주로서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대신 모든 지도·감독은 금융지주를 통해 이뤄지도록 한 것이다. 논란이 됐던 농협 브랜드 사용료도 농협금융의 설립 목적에 맞게 부담하기로 결정했다. 임 회장이 합리적 사고를 바탕으로 빠른 의사결정을 내리다 보니 극에 달했던 농협중앙회의 갈등도 눈이 녹듯 사라졌다.

이뿐만 아니다. 우리투자증권계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금융시장에서 '대형 플레이어'로 변화했다. 우리투자증권 인수를 완료하면 농협금융의 총자산은 290조원으로 불어난다.



최근에는 이 모든 것보다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농협금융의 실적이 크게 개선된 것이다.

농협금융은 최근 가결산 결과 4,600억원 안팎의 순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당기순이익 규모가 1,164억원에 머물렀지만 하반기에는 3,455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괄목성장이란 말이 딱 들어맞는다. 무엇보다 지난해 신 전 회장의 사퇴와 올 초 불거진 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출범 후 최대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거둔 성과라 더욱 남다르다.

특히 전년과 비교한 감소 폭(-6%) 측면에서 신한금융(-18%)·KB금융(-26%)·하나금융(-42%)·우리금융(-134%) 등 경쟁 지주회사들의 순이익이 모두 두 자릿수 이상 크게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홀로 분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야말로 '임종룡의 힘'이라 할 수 있다.

임 회장은 앞으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을 방침이다. 특히 올해엔 건전성 관리와 수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계획이다.

임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리스크 관리 담당 직원들을 경쟁 은행에 보내 배우게 하고 조선·건설·해운 등 3대 경기민감업종의 부실 관리를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직접 관리하는 등 건전성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임 회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실적이 선방했다'는 질문에 "복잡한 것이 산적해 있다"며 겸손해하면서도 "올해에도 건전성 제고를 최우선으로 삼을 것이다. (농협금융의 체계가 정립된 만큼) 흑자도 크게 한번 내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엔 목표 이익으로 1조원을 잡았는데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많았다"고 웃음을 지은 뒤 "올해엔 실현 가능한 목표로 8,700억원의 이익을 꼭 달성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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