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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시계 5000만 시대] 2부 <2> '1인 가구' 금융 패러다임이 바뀐다

시세 차익보다 안전 선호… 현금흐름형 자산 투자 인기<br>개인연금 2개는 기본… 주택연금도 주요 노후수단으로<br>"인구 감소로 집값 상승 기대 어렵다" 부동산은 매력 줄어




37세의 미혼 남성인 김모씨는 최근 연금보험상품에 가입했다. 올해로 마흔을 갓 넘긴 직장 선배가 일찌감치 월 13만원씩 납입하는 연금상품에 가입해 15년 납입을 끝내고 60세부터 매달 50만원가량 받게 됐다는 얘기를 듣고 가입을 결정했다. 사실 연금보험을 들게 된 데는 적립식펀드의 초라한 실적도 한몫을 했다. 펀드 열풍이 불었던 지난 2007년에 가입했던 펀드의 수익률이 여전히 10% 이상 마이너스를 이어가다보니 저성장 시대일수록 비빌 언덕은 연금뿐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김씨는 "노후 대비 차원에서 20만~30만원이라도 연금에 부어야 마음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 것 같다"고 말했다.

고령화와 독신ㆍ이혼 등에 따른 '1인가구'의 증가는 금융상품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에 드라마틱한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노후생활을 대비한 연금상품 판매액이 급증하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예ㆍ적금을 활용해 단기에 목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멀리 내다보고 평생 소득의 원천을 일찌감치 마련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런 변화는 여러 명의 가족이 함께 모여 살며 경제적으로 기댈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과 불안감이 커진 탓이다.

우재룡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은 "기대수명이 90세까지 올라가면서 자신의 자산을 평생 월급으로 바꾸려는 시도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이는 단순히 금융상품의 판도 변화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노후 준비, 자녀교육관, 부동산에 대한 견해 등 생활 전반에 대한 총체적인 변화를 수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금흐름(Cash flow)형 자산으로 쏠려=인구구조 변화는 금융시장 변화의 뿌리이자 출발점이다. 투자와 저축ㆍ소비 행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바로 나이이기 때문이다. 실제 전체 인구의 14% 수준인 713만명의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2010년을 시작으로 집단 퇴직을 하고 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향후 10년 동안 임금 근로자 중 매년 30만~40만명이 은퇴할 것으로 추정된다. 가족구성원 수의 감소, 은퇴자 수의 증가는 거시적인 측면에서 보면 잠재성장률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특히 고용의 유연화 등으로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면 자산운용 방식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예컨대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한 자산 축적보다는 꾸준한 현금 유입을 목적으로 한 현금흐름형 자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게 된다.

통상 노동력을 제공한 대가로 월급 형태의 현금흐름이 있을 때는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할 때도 스톡(stock) 중심의 자산운용을 한다. 월급이라는 현금흐름으로 생활비를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용불안정 등 달라진 노동환경은 새로운 현금흐름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기관 등이 최근 월 지급식 상품을 대거 출시하고 있는 이유도 이런 사회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연금시장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뿐만 아니라 퇴직연금ㆍ개인연금도 상당 기간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이미 금융기관들은 이런 흐름에 발맞춰 은퇴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은퇴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국민연금ㆍ퇴직연금 등에 대한 불안감도 개인연금상품에 대한 쏠림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진작부터 고갈 얘기도 나오고 있고 퇴직연금도 저금리 시대 수익률 악화로 예상수령액보다 적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제는 개인연금상품도 2개 정도는 들어놓아야 그나마 노후가 편안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월 지급식 상품 및 연금시장의 확대가 의미하는 바는 그간의 자산운용시장이 투자나 저축을 통해 돈을 버는 데 초점을 뒀다면 앞으로는 어느 정도 모은 돈을 운용하면서 인출도 하는 방식으로 초점이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중심 자산구조 변혁 불가피=그간 가계 자산구조의 핵심은 뭐니 뭐니 해도 부동산이었다. 국내 전체 가구에서 부동산 자산의 비중은 전체의 75~80%선에 이른다.

그러나 1~2인가구 등 소규모 가구의 급증은 고작 20% 안팎에 불과한 금융자산에 대한 인식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는 인구 감소로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 어렵다는 판단이 자리한다. 전문가들은 이미 오는 2030년부터 국내 인구가 5,200만명을 정점으로 점차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일할 수 있는 사람인 생산가능인구는 2016년부터 감소해 2040년에는 현재보다 20%(700만명)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 감소폭만 놓고 보면 일본과 독일에 이어 세계 세번째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라는 악재로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르기를 기대하기는 어렵게 된 상황에서 노후생활비와 의료비를 쓰기 위해서는 금융자산이 더 필요할 수밖에 없다. 서종대 주택금융공사장은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주택연금이 대표적인 노후 설계수단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본다"며 "2030년쯤 되면 주택연금 가입자가 100만가구까지 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비재무적인 노후 준비에도 만전을 기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은퇴 문제가 대부분 재무적 부문에만 집중돼 있지만 은퇴 후 삶의 질을 결정짓는 요소는 가족ㆍ건강 등 비재무적인 부문도 재무적인 부문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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