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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차 산업혁명, 융합이 이끈다] <4> 디자인 융합, 선택 아닌 필수

글로벌기업 성패 디자인이 좌우… 제품개발 초기에 연구 병행해야<br>외관만 꾸미는 시대 이제 지나<br>영국 등 세계 곳곳 지원 경쟁<br>사용자 중심·협력 마인드 필요

지난 5월25일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열린 '2013 한국디자인학회 봄 국제학술대회' 에서 한 강사가 서비스디자인생태계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디자인진흥원

# 조리기기 회사 '자이글'은 지난 2009년 디자인전문회사의 자문을 받아 숯에서 나오는 원적외선 기술을 활용해 양방향에서 고기를 구울 수 있는 기기를 개발, '대박'을 터뜨렸다. 이 회사는 본래 불판 기술만 갖고 있었으나 기존에 난방제품에나 쓰이던 원적외선 기술을 불판 위에 장착해 연기가 나지 않고 고기가 타지도 않는 기기를 개발한 것. 이 제품 출시로 자이글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 연속 매출액 200억원 이상을 달성했다. 이 가운데 수출이 60%로 지난해에는 일본시장에 진출, 일본 홈쇼핑시장 주방가전 분야 판매 1위를 기록했다. 디자인적 사고방식을 기반으로 서로 다른 기술을 융합한 대표적인 사례다.

과거 제품 외관을 꾸미는 정도로 인식됐던 디자인이 이제는 제품의 성패를 가늠하는 핵심 전략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디자인을 제품 전략 자체로 활용하는 기업들이 글로벌 트렌드를 주도하기 시작하면서 제조업 등 산업 전반에 디자인을 융합하는 전략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전문가들은 대기업은 물론 중소ㆍ중견기업 경영인들도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디자인 융합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권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최근 각국 정부에서는 산업과 디자인 융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지원 경쟁을 펼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중소ㆍ중견기업 비즈니스를 발굴ㆍ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프랑스 역시 지난해 1월 국립 디자인센터 설립을 공표하는 한편 기업의 디자인 활용 강화를 위한 디자인 정보제공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또 일본은 지난해 1월 경제산업성내 디자인 정책실을 설치, 디자인을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중국은 2011년 2월 베이징ㆍ상하이 등 5개 도시에 디자인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태국도 지난해 6월 수상 직속으로 창의디자인센터를 설치했다. 이에 질세라 우리나라 산업부도 연구ㆍ개발(R&D) 사업에 대한 디자인 참여 규모를 2010년 7억원에서 올해 537억원으로 대폭 늘린 바 있다.

이렇게 각국 정부가 디자인을 두고 총성 없는 전쟁을 펼치는 이유는 최근 유수 글로벌기업들의 성패가 사실상 제품 디자인 경쟁력에서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최근 대다수 글로벌 선도기업들의 디자인 활용 수준이 과거 선 제품개발ㆍ후 디자인 방식의 '스타일링' 수준에서 제품 개발 초기부터 모든 과정을 관리하는 '전략' 단계로까지 진화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제는 기업 전략과 정부 지원도 디자인 활용의 양적 측면을 넘어 질적 측면까지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기술 개발과 디자인적 사고방식을 따로 떼어놓지 않는 융합 디자인의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실상 디자인회사라고 불리는 애플이 아이폰을 만들 때 개발 단계부터 새로운 디자인 감각을 강조하며 세계 젊은이들을 열광시킨 것이 좋은 예다. 좁은 의미의 디자인은 잘 하고 있는 국내 기업이 많으나 제품 전략 자체로서 디자인을 활용하는 기업은 눈에 많이 띄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김용세 성균관대 창의적디자인연구소장은 "우리나라 기업 사이에서 통용되는 디자인의 개념은 여전히 매우 좁다"며 "재래적인 디자인 관점에 머물면서 융합은 도외시하는 게 아닌지 기업 스스로 객관적 시각에서 살펴보는 노력을 더 쏟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디자인 융합에 대한 이해도가 크게 떨어지는 중소ㆍ중견기업들의 경우 더 큰 분발이 요구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이 2011년 발표한 산업디자인 통계조사에 따르면 대기업은 전체 1,033개 조사대상 기업의 절반이 넘는 576개(55.8%) 회사가 디자인을 활용하고 있다고 밝힌 반면 중기업과 소기업은 각각 23.0%, 11.3%에 그쳤다. 융합 디자인은 차치하고 전통적 의미의 디자인을 활용하는 기업 자체도 드문 상황인 셈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디자인에 대한 경영인들의 사고방식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영국 디자인협회에서 2009년 영국의 디자인 투자기업 450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디자인에 대한 본격 지원 후 3년 내 기업이미지는 91%, 제품 품질은 90% 가량 향상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디자인진흥원 관계자는 "미국 애플의 경우도 스티브 잡스 전후로 나뉘듯이 디자인에 대한 기업경영자의 마인드는 기업 혁신에 결정적"이라며 "디자인을 단순히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기보다 이제는 어떻게 기술과 융합할 것이며 제품 제조 과정의 어떤 단계에서부터 디자인을 적용할 것인가가 이제는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손웅희 국가산업융합지원센터 본부장은 "디자인과 기술 R&D 융합이 본격화되기 위해서는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적 사고에 대한 훈련과 비기술분야와의 협력 마인드가 필요하고 외관 스타일링 디자인에서 벗어나 융합적인 사고를 키워야 한다"며 "앞으로는 디자인융합이 창조경제 구현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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