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교보증권은 이날 유로선물을 비롯한 다우지수선물ㆍ원유선물 등 달러 결제 상품의 해외선물 수수료를 기존 5.99달러(1계약 기준)에서 4.99달러로 1달러 인하한다고 밝혔다. 원래 교보증권의 해외선물 수수료는 업계 평균(7.7달러)보다 낮고 최저 수준이었지만 이번에 추가로 1달러를 내리는 파격 조치를 감행한 것이다. 과거 일부 증권사들이 이벤트 차원에서 한시적으로 3달러 수준으로 낮춘 적은 있지만 영구적으로 4달러 수준으로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외선물은 전세계 주요 선물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통화ㆍ지수ㆍ금리ㆍ원자재 관련 선물 상품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투자자들은 해외선물 계좌 개설 이후 증거금을 납입한 뒤 시카고상업거래소(CME)를 비롯한 해외 공인 선물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종목을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등을 통해 거래할 수 있다. 특히 올해 들어 달러ㆍ엔ㆍ유로 등 주요 통화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통화 선물 상품에 거액을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교보증권 관계자는 "수익 감소의 우려는 있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서 고객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수수료 인하 카드를 꺼냈다"고 말했다. 현재 교보증권의 국내 해외선물 시장 점유율은 6%정도다.
교보증권은 최근 들어 다른 상품에 대해서도 수수료를 인하하고 있다. 교보증권은 지난달 초 신용거래이자율을 기존 연 7.0~12.0%에서 4.95~9.0%로 업계 최저수준으로 내렸다. 신용융자거래란 투자자들이 주식예탁금 등을 담보로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려 주식을 사는 것을 말한다. 또 은행연계 신규계좌 개설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매매 수수료율을 0.014%로 인하했다. 역시 업계 최저수준이다.
문제는 잇단 수수료 인하 정책이 가뜩이나 수익률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증권업계에 불황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점유율 확대를 위해 수수료 인하에 몰두할 경우 '제 살 깎아먹기' 식 출혈경쟁으로 이어져 실적이 더 악화하는 악순환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식 매매 수수료가 대폭 떨어진 상황에서 다른 상품으로까지 수수료 인하 열풍이 번질 경우 증권사들의 수익성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교보증권이 신용거래이자율을 내리자 동부증권도 바로 뒤이어 인하 조치를 발표하는 등 수수료 인하 전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이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13년 회계연도 2ㆍ4분기(7~9월) 주요 증권사(추정기관 수 3곳 이상)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4.9%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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