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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한 요금제 도입했는데 또…

■ 알뜰폰 장려 이어 가입비 폐지까지 압박<br>이통사 "정부 규제보단 업계 자율경쟁 유도해야"


이동통신업계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출혈을 무릅쓰고 무제한 무료 요금제 등 시장 친화적인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는 데도 정부가 알뜰폰 장려에 이어 가입비 폐지 등 압박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혀 실적 부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통 업계에서는 "정부는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하기 보다는 효율적인 자율 경쟁을 유도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내놓은 가입비 폐지 등의 정책에 대해 이통사들은 불편한 심기를 나타내고 있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이통사 팔비틀기"라며"2011년 이통 기본료 인하 때 이미 겪어보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당시 방송통신위원회는 기본료를 1,000원씩 일괄 인하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지만, 가입자 입장에선 별 체감효과를 느끼지 못하고 이동통신사들은 생색내기에 그쳤다는 비판과 함께 수익만 떨어지는 경험을 겪었다. 또 다른 이동통신사 관계자도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가입비까지 거론되는 건 부담스럽다"고 전했다.

새 정부 출범때마다 통신비 인하 압력을 받아온 이통사지만 이번에는 특히 반대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이는 지난 달부터 이통사들이 가입자 친화적인 무제한 음성통화 요금제를 잇따라 선보이는 등 노력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가입비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섭섭함이 담겨있다. SK텔레콤은 지난 3월 자사 가입자들끼리 무제한 음성통화가 가능한 'T끼리 요금제'를, LG유플러스와 KT는 통신사 상관 없이 무제한 무료통화를 제공하는 '무한자유 요금제'와 '유선무선 완전무한 요금제'를 각각 내놓았다. 무엇보다 이들 요금제는 정부 압박이 아닌 업체 간 경쟁과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출시됐다는 점을 정부가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비판을 받아 온 과도한 보조금 경쟁을 자제하는 대신 자율적인 요금제 및 서비스 경쟁으로 시장 분위기가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정부 개입은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이통사로서는 정부가 내리라고 하면 내릴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이를 상쇄하기 위해 가입자에게 부담을 주는 무리한 경쟁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고 이는 다시 통신비 인하 압박을 불러오는 악순환만 되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통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가 이제 손을 떼야 할 때'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 활성화는 정부의 영역이지만 요금인하는 그렇지 않다"며 "물론 통신사가 민영화된 이후 일정 기간 동안은 정부 개입이 유효했지만 이미 중년기에 이른 이통 시장에 간섭하는 건 오히려 역효과만 초래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기업설명회(IR) 때 외국인 투자자들이 정부가 통신사를 압박하는 이유를 따로 물어볼 만큼 선진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로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된다"고 덧붙였다.

방통위 상임위원 출신인 이병기 서울대 교수도 19일 KT 주최로 열린 한 워크숍에서 "대통령이 낮추라고 해서 통신비를 낮추는 건 옳지 않다. 여기(통신시장)는 경쟁 시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통신업계의 경쟁을 가속화할 방안으로 새로운 사업자 선정과 데이터 종량제도입을 제시했다. 그는 "이통사들이 통신망으로 돈을 벌지 못한다면 누가 통신망을 업그레이드해 새로운 콘텐츠ㆍ서비스의 기반을 마련하겠느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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