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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日 바둑영웅전] 희망의 불씨
입력2004-08-13 19:09:03
수정
2004.08.13 19:09:03
제4보(59~75)
백64로 터를 잡자 이 방면의 백도 쉽게 안정된 모습이다. 게다가 백이 가로 붙여넘는 수단까지 생겼다. 박영훈은 이대로 가다가는 질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잘두는 바둑이다. 최철한과 이창호를 꺾고 올라온 게 우연이 아니었구나.’
할 수만 있다면 어디선가 화끈한 승부처를 만들어보고 싶다. 그러나 백진은 모두가 단단하여 도무지 시비를 걸어볼 데가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오직 하나. 조용히 때를 기다려 보는 수밖에.
박영훈은 69로 지키고 기다리기로 했다. 시에허도 냉정 침착하게 79으로 지켰다. 흑71은 급한 곳. 검토실에서는 백이 70으로 71의 자리에 굳혀야 했다는 비판이 있었다. 백72는 미묘한 곳. 이 수를 보자 박영훈은 마음속으로 희미하게나마 어떤 희망의 불씨 같은 것을 느꼈다.
‘상대는 지금 낙관에 젖어 있다. 무조건 쉽게만 두려고 한다.’
박영훈이 겁냈던 수는 참고도의 백1이었다. 그것이면 흑2의 수비는 절대. 그때 백3에 하나 젖혀놓고 5에서 9까지로 닦아버리면 흑의 완패라고 생각했다.
흑73. 이곳이 급소였다. 계속해서 75의 기분좋은 수비. 이것으로 일단은 계가바둑이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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