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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서울의 대표적 문구 도매상 집결지인 창신동 문구거리. 예년 같으면 새 학기를 앞두고 한창 붐벼야 할 '대목'이지만 이곳의 체감경기는 요즘 영하의 추운 날씨만큼 쌀쌀하기만 하다. 봉고차와 1톤 승합차가 빼곡히 들어서 있는 건너편 완구매장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문구 중소상인들이 새 학기를 앞두고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매출에 몸살을 앓고 있다. 35년째 문구 도매업체 아담문구캔디나라를 운영해온 A사장은 "예전에는 1년 중 8달쯤 장사가 잘되고 4달쯤 안됐는데 지금은 정반대"라고 하소연했다. 서울창신초등학교 근처에서 소형 문구점을 운영하는 B점주는 "몇 년 전만 해도 30~40만원 정도는 되던 하루 매출이 절반 이하로 줄어 들었다"며 "그나마 매출을 올려주는 것은 껌ㆍ캔디 등 군것질거리와 만화캐릭터 카드 같은 완구류"라고 말했다.
문구유통업계가 위기를 맞은 것은 일선 학교가 '교육기관 전자조달시스템(S2B)'을 통한 학용품 일괄구매를 확대하면서 문구류 유통시장의 성격이 바뀐 탓이다. 문구류 유통의 무게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간 것이다.
'준비물 없는 학교' 정책에 부응해 각 지역 학교는 학습 준비물과 소모품을 이곳에서 구매해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중소상인들은 이런 정책이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999년 2만6,986개에 이르던 전국 문방구 수는 지난 2009년 1만7,893개로 줄었다. 온라인 쇼핑 확산과 대형마트 활성화 등으로 10년 만에 문방구 3곳 중 1곳이 문을 닫은 셈이다.
소매상이 줄어들자 도매상들도 연쇄 위기에 몰리고 있다. 서울 창신동에서 25년째 문구도매상을 운영해온 C사장은 "우리 가게의 주고객층은 이제 문구소매상이 아니라 교회나 유치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S2B 운영업체인 더케이교원나라 측은 S2B때문에 영세업자들이 고사한다는 비판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더케이교원나라의 한 관계자는 "이미 교실에서는 오픈마켓을 통한 학용품 공동구매가 일반화되는 등 구매관행이 바뀌고 있다"며 "S2B 때문에 바로 옆 학교에서 나오는 매출이 줄어든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관내 학교 전체로 거래 기회가 확대된다고 봐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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