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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부업계 1ㆍ2위 업체인 에이앤피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와 산와머니의 영업정지가 가시화되면서 대부업계가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사실상 자금조달줄이 막힌 대부업체들은 신규 대출을 옥죄며 수익률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일부 영세업체는 업계에 불어닥친 한파를 견디지 못해 사업을 정리하는 형편이다. 대형 대부업체들도 올해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는 등 '생존 전략'에 몰입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러시앤캐시와 산와머니의 영업정지 여부를 가르는 행정처분 결정이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것으로 보여 악재 여파가 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지자체인 강남구청이 이들 업체의 운명을 놓고 장고(長考)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고사 지경에 놓인 대부업계=러시앤캐시와 산와머니 등 대부업계 상위업체들의 영업정지 위기가 불거진 지난해 11월 이후 대부업체들의 자금줄이 말라버렸다. 대부업체들의 주요 자금조달 창구였던 저축은행과 캐피털사들이 영업정지의 파장을 우려해 기업 간 대출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자금줄이 막힌 대부업체들은 신규대출마저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대부업체들의 신규 대출 규모는 지난해 6월 월평균 5,500억원에서 1월 현재 3,700억원 수준으로 30% 넘게 오그라들었다. 특히 지난해 6월 법정 최고이자율 상한선이 기존 44%에서 39%로 낮아지면서 수익 감소를 겪던 대부업체들은 신규 여신마저 줄자 휘청거리고 있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영세 대부업체를 중심으로 폐업을 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전국에 등록 대부업체 수는 1만3,028곳으로 1년 사이 1,000여곳이 문을 닫았다. 대부업체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기존 여신의 원금과 이자로 버티고 있지만 하반기에는 적자가 불가피하다"며 "최악의 경우 점포 및 인력 구조조정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토로했다.
◇저축은행과 생존경쟁도 치열=최근 저축은행의 공격적인 개인 신용대출 시장 확대도 대부업체의 숨통을 조이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저축은행들은 지난해 잇단 영업정지 사태를 촉발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 대신 개인 신용대출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 서울을 영업권으로 하는 A저축은행은 지난해 12월 기준 신용대출 잔액이 9,813억원으로 전년 동기(4,739억원)보다 100% 이상 늘었다.
저축은행은 신용등급 6~8등급을 대상으로 이자율 30%대선에서 신용대출에 나서고 있는 터라 대부업체들과 고객층이 대부분 겹친다. 이 때문에 대부업체 이용 고객 중 상당수가 저축은행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게 대부업계의 주장이다. 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러시앤캐시 및 산와머니의 영업정지 위기로 업계 전반의 이미지가 나빠져 고객들이 저축은행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며 "저축은행이 지속적으로 신용대출 시장을 잠식할 경우 대부분의 대부업체들이 고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러시앤캐시ㆍ산와머니 운명 다음달 판가름=이러한 상황에서 업계 초미의 관심사인 러시앤캐시와 산와머니의 영업정지 여부는 빨라야 다음달 중순께 판가름이 날 예정이다.
러시앤캐시와 산와머니가 1월 초 관할 지자체인 강남구청에 제출한 이의신청서를 토대로 금융감독원이 현재 의견서를 작성 중이다. 금감원은 다음주 중 관련 의견서를 강남구청에 제출한다는 입장이다. 강남구청은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위원회를 꾸려 해당 업체들의 영업정지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강남구청의 한 관계자는 "사안이 중대한 만큼 사상 처음으로 위원회 조직을 고려 중"이라며 "법률적인 부분을 꼼꼼히 따져 영업정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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