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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울뿐인 중기 일자리매칭] <하> 조급증 버리고 긴 안목으로

중기·구직자간 억지 연결은 되레 부작용… 처우·인식 개선위한 장기 프로젝트 짜야<br>단기 성과에 집착하면 중기 기피현상 개선 못해<br>인센티브로 인재 유도, 중기 평판 극복 노력 등 근본처방 적극 고민해야

지난해 5월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지식경제부 주최 '2012 희망이음 프로젝트 발대식'에서 홍석우(가운데) 지경부 장관과 업체 관계자, 고등학생들이 출범 행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산업단지공단


# 중소기업 A사는 지난해 지식경제부와 한국산업단지공단에서 주최한 일자리매칭 프로그램인 '희망이음'을 통해 마이스터고 출신 학생들을 채용했다. 그러나 신인사원들은 3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절반 이상이 회사를 떠났다. 부모가 나서서 퇴사를 권유했고, 학교 선생님 또한 대학진학을 추천했다.

산단공 일자리매칭 프로그램을 경험한 B 중소기업 대표는 "일방적인 구직이 아니라 마이스터고 출신 학생들이 현장을 방문견학하고 결정한 거라 회사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는 줄 알았다"며 "지나고 보니 소풍 오듯 다녀왔다가 조금만 힘들면 회사를 나가는 것이 구직자의 모습이자 중소기업의 현실"이라고 답답해했다.

실제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산단공은 지난해 프로젝트를 통해 4,000여명의 고등학생과 137개 기업을 연결시키는 성과를 거뒀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매칭을 통해 취업까지 연결된 인원은 51명에 불과했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팔을 걷어 부치고 중소기업에 젊은 인재들을 취업시키는 일자리매칭 사업들을 벌이고 있지만 여간해서 시원한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어 정부는 물론 중소업계가 고민에 빠져 있다. 특히 일부 채용에 성공해도 오래 지나지 않아 중소기업을 떠나 산업 현장에선 허탈함만 커져가는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오랜 기간 지속돼온 중소기업 기피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5년ㆍ10년 프로젝트와 같이 긴 안목을 갖고 민ㆍ관의 복합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회 전반에 자리잡고 있는 '중소기업=열등'의 낙인효과를 없애고, 우수 중소기업 사원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구조적으로 처우와 인식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진단이다.



특히 곧 출범할 새 정부는 당장 올해 혹은 내년까지 어떤 성과를 내겠다며 숫자 타령에 빠져서는 안된다는 게 중소업계의 주문이다. 오히려 실적에 매달려 중구난방으로 벌이고 있는 일자리매칭 시스템을 점검, 효율적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임채운 한국중소기업학회장(서강대 교수)은 "정부기관에서 하고 있는 기업과 구직자간의 물리적 연결은 실적 위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되고 구직자가 중소기업에 취직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제공돼야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중소기업과 구직자들의 인식차를 좁히기 위한 노력도 절실한 상황이다. 개인 입장에서는 중소기업을 활용해 자신의 능력, 역량을 어떻게 펼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 사회적 평판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도 구직자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처우를 개선하는 동시에 우수 인력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등 인재를 키워야 한다.

이종욱 서울여대 교수는 "요즘 구직자들은 (당장)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면 (중소기업에)가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며 "어떠한 일자리 매커니즘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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