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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합병(M&A)을 통해 글로벌 선도기업을 배출하고 업계 판도를 재편하려는 세계시장의 무한경쟁 체제에서 한국 기업들이 크게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3년 동안 일본과 중국을 비롯한 브릭스(BRICs) 국가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과점적 지위를 장악하기 위해 잇달아 국제 M&A에 나서고 있어 우리나라도 해외기업 인수를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 정비와 금융 및 사업서비스 글로벌화가 시급한 과제로 지적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4일 ‘글로벌 산업 재편과 글로벌 선도기업의 M&A 특징’이라는 보고서에서 “글로벌 M&A가 활발해지면서 산업마다 글로벌 과점체제가 형성되고 있다”며 “특히 M&A를 통해 특정 산업의 선두기업이 등장하면 인수기업이 속한 국가도 해당 산업의 글로벌 위상이 상승, M&A가 세계시장에서 기업은 물론 국가 판도 변화에 영향을 주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소는 “M&A 없이도 기업의 성장이 가능하지만 경쟁자를 추월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특히 미국,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전개될 선도기업들의 글로벌 M&A 전략에 대응, 국내 기업도 M&A 역량 배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세계시장이 통합됨에 따라 소수의 글로벌 대기업이 해당 산업을 장악하는 과점현상이 심화, 각 산업마다 매출 3대 기업이 세계시장의 절대 비중을 차지해 산업 판도를 바꾸는 글로벌 3강 체제가 서구기업들을 중심으로 강화되고 있다. 연구소가 지난 2000년과 2005년 현재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총 42개 산업 가운데 국적기업으로 2005년 들어 처음으로 글로벌 빅3에 진입해 ‘국가 판도를 바꿨다’고 판단되는 기업은 총 27개. 이 가운데 19개 기업이 서ㆍ북유럽 소속이었으며 한국 기업은 전자 부문에서 3위로 등장한 삼성전자 단 하나에 그쳤다. 연구소는 “산업별 상위 5개 기업의 평균 M&A 규모가 74억달러인 반면 국가 판도를 변화시킨 기업은 평균 88억달러의 M&A를 단행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M&A는 이제 기업뿐 아니라 국가경쟁력과 관련된 국가 관심사항으로 부상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에는 일본과 중국ㆍ러시아 등도 각 산업의 M&A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신산업 육성에 발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신산업 육성=기술개발’이라는 공식만 강조해 글로벌 M&A 추세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연구소는 지적했다. 연구소의 분석 결과 일본의 M&A(인수 기준) 규모는 2001~2003년 360억달러에서 2004~2006년 1,821억달러로 세계 10위에서 4위로 뛰어올랐고 중국도 16위에서 11위로 급등한 반면 한국은 32위에서 31위로 답보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글로벌 M&A(인수 기준)에서는 같은 기간 동안 일본이 세계 16위에서 8위, 중국이 31위에서 19위로 급부상한 반면 한국은 32위(18억달러 규모)에서 36위(30억달러)로 뒷걸음질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앞으로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자체적인 기술개발 노력과 함께 해외기업이 보유한 기술과 사업 기회를 사오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글로벌 과점화는 국내 기업에 위협인 동시에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기회를 제공하는 만큼 국제 M&A 활성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원 수석연구원은 “정부는 국내 기업의 국제 M&A 단기자금 조달을 지원하기 위한 사모편드 규제 완화 등 각종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기업은 우선 소규모 M&A 실행으로 자금조달과 회수, 매물실사, 협상과 인수 등 M&A 필수기술과 역량 습득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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