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저금리' 여파로 은행 예·적금이 11년 만에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12일 한국은행의 '9월 중 통화 및 유동성' 자료를 보면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잔액(평잔기준)은 876조2,826억원으로 한 달 새 6조283억원(0.7%)이나 줄었다. 감소폭은 지난 2003년 10월(-1.4%) 이후 11년 만에 최대다. 예·적금 잔액은 8월에도 0.4% 감소하는 등 지속 하락하고 있다.
은행에 예금해봤자 물가상승률·세금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손해이므로 경제주체들이 예·적금을 꺼리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여파로 17개 국내 은행이 9월 현재 출시한 정기예금 상품 중 6.9%가 연 2.0% 미만의 금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10월에 기준금리가 또 한 차례 내려가면서 정기 예·적금 잔액 감소세는 더 가팔라졌을 것으로 보인다.
저금리로 돈이 갈 곳을 잃으면서 대표적 단기부동자금인 머니마켓펀드(MMF) 잔액은 큰 폭으로 늘었다. 10월 MMF 잔액은 95조원으로 전월보다 10조원 급증했다. 잔액 기준으로 2009년 8월(95조1,000억원) 이후 5년 2개월 래 최고치며 증가폭도 1년9개월래 최대다. 한승철 한은 금융시장팀 차장은 "단기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금리 메리트가 부각되고 금융기관의 수신 증가에 따른 단기 여유자금 운용 등으로 크게 증가했다"고 평했다.
예·적금 잔액이 크게 감소한 데 따라 9월 국내 광의통화(M2)는 1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 9월 M2는 전달보다 0.1% 늘어난 2,032조 7,000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한 M2 증가율은 7.1%로 전월(7.6%)보다 소폭 줄었다.
M2는 현금과 요구불예금(M1),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MMF 등 언제라도 현금화해 사용할 수 있는 금융자산을 포괄하는 유동성 지표로 M2 증가율이 높을수록 시중에 풀린 돈이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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