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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성과주의가 낳은 줄기세포 '섞어심기'
입력2006-05-12 10:41:30
수정
2006.05.12 10:41:30
연구성과주의가 낳은 줄기세포 '섞어심기'
(서울=연합뉴스) 조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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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박사팀의 2005년 사이언스 논문에 발표된 환자맞춤형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NT) 11개는 모두 김선종 연구원이 미즈메디 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를 `섞어심기'해 만들어진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확인됐다.
김 연구원은 황 박사가 줄기세포 수립을 지속적으로 독려하자 심리적 압박감에서 2~3번 줄기세포에 대해 우발적ㆍ충동적으로 처음 섞어심기를 한 뒤 이후 습관적으로 나머지 `섞어심기'를 감행한 사실도 드러났다.
◇ 섞어심기 수법 = 김씨는 미즈메디 연구소의 수정란 줄기세포 클럼프(세포덩어리)를 서울대 황박사팀 연구실로 몰래 가져와 서울대의 내부세포괴(ICMㆍ배반포내부 세포덩어리ㆍ배아줄기세포 전단계)와 섞어, 마치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가 확립된 것처럼 가장했다.
줄기세포 형성연구는 핵이식→배반포수립→내부세포괴(ICM) 부착→ICM 배양→ICM 계대→콜로니형성→줄기세포 확립 순으로 진행된다.
김씨는 IMC및 계대 배양 과장에서 콜로니 형성 가능성이 적다고 보이면 미즈메디에서 계대배양에 사용할 영양세포(피더셀)를 서울대로 가져오면서 영양세포가 담긴 배양접시 안에 미즈메디 수정란 줄기세포 클럼프를 숨겨와 서울대 배반포 ICM을섞어 넣는 방법을 택했다.
김씨는 미즈메디 수정란 줄기세포를 옮겨올 때 미즈메디 연구소의 영양세포 배양접시의 4개 `웰' 가운데 1곳에 미즈메디 수정란 줄기세포 클럼프를 넣었다.
이때 수정란 줄기세포의 생존을 위해 줄기세포용 배지(주황색)를 넣어야 하는데나머지 3곳에도 같은 줄기세포용 배지를 넣어 서울대팀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했다.
김씨는 이 배양접시를 서울대로 갖고 온 뒤 서울대팀이 수립한 배반포 내부세포괴(ICM)와 섞어심는다.
영양세포 배양접시에 서울대 ICM과 수정란 줄기세포 클럼프를 함께 넣으면 생명력이 약한 서울대 세포는 곧 사멸한 반면 미즈메디 수정란 줄기세포 클럼프는 콜로니로 형성돼 이후 환자맞춤형 줄기세포인 것처럼 오인돼 각종 실험에 사용됐다.
◇ 심리적 압박감이 원인 = 2004년 논문에서 박종혁 연구원을 도와 줄기세포 배양업무를 맡았던 김씨는 박씨가 피츠버그대학으로 떠나자 황박사팀의 줄기세포 배양업무를 전적으로 떠맡았다.
이런 김씨에게 황박사는 끊임없이 줄기세포 연구 성공에 대한 압박감을 심어줬다. NT-1이 자가핵이식 방식으로 난자를 제공한 여성의 줄기세포만 확립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어서 황박사는 제3자의 체세포의 핵을 이식하는 타가 핵이식 방법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러나 NT-1 이후 타가 핵이식 실험이 번번이 실패하자 황 박사는 "이것만 되면되는데…나는 더 여한이 없는데"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며 김씨에게 줄기세포 확립을계속 독려했다.
김씨는 줄기세포 확립 의무감으로 인한 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당시 미즈메디 연구팀장이던 윤현수씨에게 서울대 출장 연구를 그만두겠다고 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2004년 9월 서울대가 수립한 배반포가 상태가 좋아 줄기세포 확립의 기대감이높아진 상태에서 갑자기 배반포 상태가 악화하자 황박사는 "계속 줄기세포가 만들어져야 한다. 만들어질 수 있냐"고 김씨에게 물었고 김씨는 여기에 사실대로 말하지못하고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한 뒤 `섞어심기'에 들어갔다.
`NT-2 섞어심기' 성공으로 자신감을 얻은 김씨는 2004년 11월24일께 NT-3번을,같은해 12월 10일께 NT-4,5,6,7번을 잇따라 섞어심기해 콜로니를 형성시켰고 황박사의 큰 신뢰를 얻게 됐다.
검찰은 "김씨가 박종혁씨가 황박사에게 실력을 인정받고 미국으로 진출한 것을지켜본 뒤 자신도 박씨처럼 황박사에게 인정받아 향후 나은 여건 속에서 연구하고싶은 욕심도 있었다"고 전했다.
게다가 김씨는 황박사가 NT-1을 성공적으로 수립한 박종혁 연구원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에서 섞어심기를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검찰은 덧붙였다.
입력시간 : 2006/05/12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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