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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리 5,0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영세 치킨 프랜차이즈 업주들의 상권침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롯데마트의 '통큰치킨'이 16일부터 판매가 중단된다. 지난 9일 출시 후 1주일을 버티다 청와대의 한마디에 꼬리를 내린 것이다. 롯데마트는 13일 이 같은 입장을 담은 자료를 배포하고 "주변 치킨가게의 존립에 영향을 준다는 일부 여론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 결과 불가피한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이날 오전 노병용 롯데마트 대표는 여의도 파이낸셜뉴스빌딩에서 열린 동반성장위원회 회의에서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고객 혼란을 줄이기 위해 15일까지는 판매를 지속하고 올해 말까지 기존 준비물량인 5만마리는 각 점포 인근의 불우이웃에게 기부한다는 방침이다. ◇롯데마트 "역마진, 미끼상품 아니다"=롯데마트는 일단 통큰치킨의 판매는 중단하지만 그간의 논란에 대해서는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회사 측은 "일부의 폄하와 달리 통큰치킨은 단기간에 원가 이하로 판매해 고객을 유인하는 미끼상품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통큰치킨 판매로 치킨 전문점 업체와 가맹점주들까지 나서 생닭과 기름 등 치킨 제조에 드는 원가를 공개하며 통큰치킨은 원가 아래로 파는 '부당 염매 제품'이라고 주장한 데 대한 반박인 셈이다. 특히 배달은 하지 않고 점별 하루 평균 300마리로 한정 판매하며 콜라와 무, 각종 소스 등을 원하는 시간에 함께 배달해주는 기존 치킨업소와 분명 차별화되는 요소가 있음에도 주변 치킨가게에 영향을 준다는 비판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날 단행한 판매 중단이 일부의 지적을 '인정'해서가 아니라 사실상 부정적인 여론에 밀려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이라는 논리다. 한편 이번 통큰치킨 판매중단에 따라 12일 롯데마트를 치킨 부당염가 판매행위로 공정위에 제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던 한국프랜차이즈협회도 당초 입장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자영업자 배려 VS 정치 논리=이번 롯데마트의 '통큰치킨' 판매를 둘러싼 논란에는 영세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와 대형마트, 기업형슈퍼마켓(SSM) 등을 통해 불거진 중소자영업자와 대형 유통업체의 갈등이 얽혀 있다. 출시한 지 나흘 만에 10만마리가 넘게 팔려나갈 정도로 뜨거웠던 통큰치킨의 인기는 급기야 기존 치킨업체들의 반발과 정치권 간섭까지 초래한 '양날의 칼'이 돼버렸다. 프랜차이즈협회의 공정위 제소와 더불어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이 자신의 트위터에 "(통큰치킨 판매로) 영세 닭고기 판매점들이 울상을 지을 만하다"며 "구매자를 마트로 끌어들여 다른 물품을 사게 하려는 '통 큰 전략'이 아니냐"고 비판한 것이 결국 롯데 측의 철회를 이끌어낸 분수령이 되고 말았다. 이렇게 되자 업계 일각에서는 "자본주의 시장에서 MB물가부터 치킨 값에 이르기까지 사사건건 청와대가 참견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이냐" "경제를 너무 정치논리로 풀어가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마트의 이번 결정에 이어 최근 유통법과 상생법의 국회 통과로 대형 유통업체들이 중소 상인들과의 대립에서 한발 양보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확산된 만큼 이들 업체에 대한 사회적인 압박이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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