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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혼다 CR-V

여성 수납공간도 갖춰 도심형 SUV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험준한 산길도 거침없이 내달리는 역동적인 장면이다. 그래서인지 세련된 정장보다는 편안한 캐주얼 차림이 더 잘 어울릴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최근 들어 거친 산길 대신 도심 속 빌딩 숲 사이를 달리는 SUV들이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SUV의 모습도 점차 변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파워 넘치는 성능은 물론 세련된 디자인에 승용차 못지 않은 안락함까지 갖춘 이른바 '도심형 SUV'가 새롭게 각광 받는 이유다. 혼다의 대표 SUV인 'CR-V'는 이러한 소비 트렌드에 가장 충실한 모델로 꼽힌다. 유려하고 세련된 감성을 입은 외관 디자인에 편안한 승차감과 민첩한 주행성까지 더해진 CR-V는 진정한 도심형 SUV란 무엇인지 증명해 보인다.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지난 2005년부터 4년 연속 '베스트셀링카 톱3'에 오른 것은 물론 지금도 여전히 수입 SUV 모델 1위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는 건 한국 소비자들이 원하는 도심형 SUV의 모습에 가장 가깝다는 증거다. 지난해 새롭게 선보인 CR-V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여성 운전자들까지 배려한 흔적이 엿보인다. 차체 높이를 이전 모델보다 30mm 낮춰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 고객은 물론 어린 자녀들도 편안하게 타고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여타 SUV와 달리 여성고객이 구매층의 35%가 넘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내 공간에서도 이러한 세심함은 여러 군데서 확인된다. 작은 소지품들을 담을 수 있도록 조수석 시트 아래에 설치된 '시트 언더 트레이'와 큰 병들도 편리하게 수납 가능한 '보틀 홀더', 책자들을 넣을 수 있는 '도어 포켓' 등 다양한 수납공간이 마련돼있어 소지품이 많은 여성 운전자들에게 특히 유용할 듯 싶다. 큼직큼직하게 설계된 계기판 숫자와 사이드 미러, 군더더기 없이 정말 필요한 조작 버튼들만 배치된 센터페시아 역시 복잡함을 싫어하는 여성 고객들에게 제격이다. 다만 팔을 올려놓는 암레스트 높이에 비해 너무 낮게 설계된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수납공간은 아쉬움이 남는다. 시동을 켜고 주행을 시작하자 세단의 정숙함과 민첩함을 빼닮은 도심형 SUV의 정석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간선도로에 진입해 가속페달을 힘껏 밟아주며 킥다운을 시도하자 조용하지만 힘있게 치고 나간다. 킥다운 시 굉음을 내는 몇몇 세단보다 오히려 낫다는 느낌이 들 정도. 부드러운 핸들링과 속도변화에도 변속충격을 거의 느낄 수 없는 점 역시 도심형 SUV의 선두 주자답다.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덕분에 디젤 SUV에 비해 조용하긴 하지만 시속 100km를 넘어가면서부터 귀에 거슬릴 정도로 들리는 풍절음이 아쉬운 대목이다. 어코드 2.4에도 장착된 직렬4기통 2.4리터 i-VTEC엔진을 채택해 최고출력 170마력과 최대토크 22.4kg·m의 성능을 발휘하며 연비는 리터당 10km(2WD는 10.4km)를 달린다. 판매가격은 부가세를 포함해 4WD 3,690만원(내비게이션 장착 시 3,790만원), 2WD 3,390만원으로 이전 모델에 비해 약 200만원 가량 인하됐다. 실속형 2WD 어반 모델의 경우 3,290만원으로 동급의 국산 SUV에 근접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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