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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흔들리는 미국경제

신경제 거품꺼지며 '더블딥' 위기올초 회복세로 출발했던 미국 경제가 최근 들어 다시 크게 흔들리고 있다. 연일 추락하는 주가에 재정적자는 늘어가고 국제 투자 자금의 월가 이탈은 달러 급락으로 연결되며 세계 경제에도 큰 주름을 지우고 있다. 10년 호황 끝 미국 경제가 마침내 침체의 늪에 빠질 것인가. 경기가 W자형 이중 바닥을 만드는 이른바 '더블 딥'(double dip) 가능성이 제기되는 최근 상황과 관련, 문제의 원인을 신경제 몰락의 후유증으로 보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신경제 몰락과 맞물린 최근 미 경제 위기론과 이에 따라 세계경제가 받는 부정적 영향을 긴급 진단해본다. 지난 90년대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솔로우 교수는 "미국 경제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경제임이 입증되고 있고, 따라서 갑자기 침몰할 우려는 없다"고 말했다. 역사상 최장기 호황을 구가하며 낙관론에 빠진 당시 미국 경제학자들은 이른바 '신경제(New Economy) 이론'을 제기했다. 이들은 미국 경제에는 경기사이클이 사라졌으며, 주식시장은 항상 오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탠퍼드 대학의 폴 로머 교수는 '창의적 아이디어와 신기술'에 의해 경제가 성장하는 '신성장 이론'을 제기했다. 새로운 경제이론은 그 자체가 '팍스 아메리카나'를 대변했다. 그러나 21세기 첫 불황에 거치면서 미국의 신경제 이론도 붕괴되고 했다. 창의적 아이디어의 선구자였던 인터넷과 정보기술(IT) 산업은 폭발했다. 시장경제를 지향했던 미국 경제는 시장을 속인 기업인과 금융인들의 회계부정, 주가 조작 등 범죄사건이 터지면서 세계 경제의 모델로서의 자격을 잃고 있다. 침몰하지 않을 것이라던 미국 경제는 또 다른 침체에 직면해 있으며, 주식시장은 장기침체의 수렁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투자처였던 미국 시장은 이제 외국인들의 기피 대상이 됐고, 팍스아메리카나의 상징인 그린백(달러)은 아래로 꺾이고 있다. ◇신경제 와해가 위기 초래 신경제의 핵심은 ▦신기술에 의한 성장 ▦시장 지향적 경영 시스템 ▦수급조절에 의한 경기사이클 소멸 등으로 요약된다. 1920년대 철도와 전기에 의한 신기술 호황이 대공황을 초래했다. 마찬가지로 인터넷과 통신산업이 주도한 90년대 신기술의 거품은 이미 2년전에 나스닥 붕괴와 함께 꺼졌으며, 현재까지 미국 경제 회복의 관건인 투자 회복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올들어 나타난 문제는 시장 지향적 시스템의 위기다. 90년대에 미국 기업인들은 주식시장을 쳐다보며 장기적 비전보다는 단기적인 수익에 초점을 맞추었다. 잭 웰치와 같은 스타급 경영인들은 거액의 스톡옵션을 부여받고 불필요한 사업과 인력을 과감히 잘라냄으로써 월가 투자자의 인기를 끌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경기가 꺾어지면서 이제 스톡옵션은 경영인들의 노비문서로 전락하고 있다. 월드컴, 엔론, 타이코, 임클론등의 경영인들은 휴지조각으로 처한 스톡옵션을 보전받기 위해 회계장부 조작, 내부자 거래, 탈세 등 온갖 불법행위를 자행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1,000개의 미국 기업들이 지난 97년 이후 회계 잘못을 인정하고 수익을 다시 작성하고 있다. 기업들은 시장의 요구에 따라 단기적 수익을 올리기 위해 경기가 완만하게 침체하는데도 직원들을 대량해고하는 바람에 실업률을 급증시키는 역효과를 초래했다. 시장주의자들은 '완전한 합리적 가격' 운운하며, 다우존스 지수가 앞으로 몇 년후에 3만6,000 또는 4만, 10만을 간다고 논쟁을 벌였다. 그러나 지금, 그들이 무시했던 주가수익률(PER)의 개념이 이제 다시 중시되면서, 고평가된 뉴욕 주가는 3년째 가라앉고 있다. ◇처방은 구경제 방식 신경제론자들은 정부와 중앙은행이 급격한 성장을 조절하고, 기업도 수요를 앞지르는 공급을 컴퓨터 시스템으로 제어하기 때문에 파국적인 불황을 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신경제에도 고전경제학의 수요 공급의 법칙이 적용됐다. 인터넷과 광케이블 투자는 수요를 수백~수천% 초과하는 바람에 현재 5% 미만이 사용되고 있을 뿐이다. 미국은 경기회복의 처방을 고전 이론, 즉 구경제 방식에서 찾고 있다. 산업부문의 과잉 재고를 정리, 공급을 줄이고, 통화량 확대와 세금 감면을 통해 신규수요를 창출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최종 수요'가 발생하기 앞서 신경제의 부산물, 즉 ▦증시 과열 ▦달러 고평가 ▦허술한 회계 관리 ▦스톡옵션 중심의 경영관행등의 모순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미국 경제는 또다시 침체를 겪는 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여건이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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