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캐피털사와 할부제휴점(할부상품판매 대리점)들이 중고차 할부 이자율에 낀 거품을 빼는 데 속속 나서고 있다. 금융당국이 중고차 할부 금리가 시중금리보다 지나치게 높다며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ㆍ아주캐피탈 등 주요 할부금융사들은 최고 연 20% 중후반대에 달하던 중고차 할부 이자율을 이달 초부터 최고 약 4~10%포인트까지 낮췄다. 현대캐피탈은 36개월 만기를 기준으로 연 15.5~22.0%(취급수수료 별도)이던 중고차 할부 금리를 이달 들어 8.5~17.0%로 크게 낮췄다. 이 회사는 아울러 할부 이용자의 소득 및 직업 여부에 따라 최고 3%포인트의 이자율을 추가로 깎아주기로 하는 등 사실상 최대 10%포인트의 이자율 인하를 단행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번 이자율 인하에 따라 신용등급 4~5등급인 고객이 36개월 만기로 1,000만원의 할부를 이용할 때 매월 최대 4만8,000원씩 총 175만원의 이자절감 효과를 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주캐피탈도 최근 중고차 할부 이자율을 약 4%포인트 정도 낮췄다. 이 회사가 공시한 기존 할부 이자율(취급수수료 제외)은 지난해 4ㆍ4분기 기준으로 8.9~32.9%였다. 아주캐피탈의 한 관계자는 "서민들의 이자부담을 줄여달라는 금융감독원의 권고에 따라 서민들의 이용이 잦은 중고차 할부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중고차 할부 시장의 1~2위 업체가 이처럼 이자율을 내리면서 경쟁 할부사들도 속속 동참하고 있다는 게 금융권의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다만 할부사에 따라 최고 5.0%에 달하는 취급수수료가 별도로 붙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실제 금리는 여전히 최고 20%선에 이른다. 또 이번 이자율 인하 할부상품도 주로 할부사와 제휴를 맺은 중고차 매매단지 등에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는데다 현장 홍보도 미미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할부제휴점들은 최근 서울ㆍ수원ㆍ안산 등 수도권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이자율 인하 할부상품을 알리는 캠페인에 나서고 있다. 또한 주요 할부 제휴사 관계자들은 자동차 딜러에 대한 불법 할부중개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이 제안하는 규제책은 ▦할부 중개수수료 상한제 도입 ▦1제휴점-1할부사 제도 도입 등이다. 한 대형 할부제휴사 관계자는 "할부 중개수수료 상한선을 제한하면 제휴사들이 자동차 딜러에게 불법으로 지급하는 리베이트를 줄 수 있는 여력이 저절로 사라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휴사의 한 관계자는 "현재 할부사들은 제휴점의 환심을 사기 위해 경쟁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며 "1개 제휴점은 1개 할부사의 상품만을 취급하도록 제한하면 할부사들의 수수료 과당지급 경쟁이 없어져 그만큼 소비자 금리가 낮아지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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